[전문가 칼럼] '제2의 타다'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2023-06-07 04:30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사진=아주경제DB]

'제2의 타다'는 오늘날 대명사에 가깝다.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저지될 때마다 어김없이 '제2의 타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갈수록 영역도 넓어진다. 최근에는 법률, 의료, 세무, 부동산 중개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용어가 됐다. 옥스퍼드 사전에 한국 대기업이 'Chaebol'로 등재된 오명이 '제2의 타다'로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2의 타다'가 늘어나는 이유는 새로운 시도만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마찰'이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경제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플랫폼 서비스는 자유시장 방식의 효율적인 것으로 이분화된다. 어쩌면 '제2의 타다'라는 표현에는 플랫폼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모두 자유시장 동화에 등장하는 악당이며, 악당을 제거하지 않는 공무원들도 규칙만 고집하는 혁신의 장애물이라는 암시가 녹아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플랫폼의 등장으로 많은 개선이 가능했다. 타다 덕분에 불친절하고 지저분한 택시의 이미지가 개선되었고, 뉴욕에서 우버의 등장은 승차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과는 별개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대표적이다. 사실 시장 원리에 비춰볼 때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는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는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과정에 이익은 사라져 버린다. 획기적인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경쟁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높은 '진입장벽' 구축이  필요하다.

문제는 진입장벽을 세우려는 노력이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버가 경쟁사의 서비스를 신청하고 취소하는 일을 반복해 운전자를 허탕 치게 하거나 과장된 소득 광고로 운전자를 확보하는 전략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역설적인 것은 진입장벽 구축 노력이 이들이 태초에 제거하고자 했던 시장 마찰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서비스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많은 마찰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일부 마찰을 개선할 수 있지만 기업 혹은 투자자가 바라는 수준의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더 큰 시장 마찰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로 정부는 좀처럼 변화에 적극적이기 어렵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제2의 타다' 해법은 새로운 시도와 기존 시장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는 기존과 새로운 주체의 경쟁 결과가 해당 시장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그 구체적인 형태는 2020년에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간에는 '타다금지법'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타다허용법'에 가깝다. '플랫폼운송사업' 유형을 신설해 타다 유형의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개정이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운송 수요 창출'을 허가 기준으로 내걸었다. 새로운 시도가 기존 소비자 대체가 아닌 신규 운송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추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일반 승객이 아닌 교통약자, 도서산간지역 이동 수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혹은 도시의 관광, 의료 등 특정 목적의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유형이라면 기존 주체의 예민함과 극단적인 제도의 신중함 모두를 피할 수 있다.

최근 합법으로 판명 난 '타다'가 구현될 수 없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불법성 여부를 떠나 타다 서비스로 해결한 택시 시장의 문제가 기존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2의 타다'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시장을 확장할지 증명해 보여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맥락에서 기존 시장의 문제를 설명할 때 기존 주체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경직적인 제도도 그제야 유연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혁신은 비효율을 제거하는 과정이 아니며 파괴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수단이 비즈니스 모델이건 기술이건 시장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혁신이다. 파괴와 비효율 개선은 혁신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아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기업은 물론 정부도 필요하다. 혁신을 기존 시장의 문제 해결을 넘어 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으로 바라볼 때 '제2의 타다'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