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 손발 척척?···'셀프연임' 공세받던 우리금융 "CEO 선임 투명화"

2023-05-31 18:00
'은행장 오디션' 매듭 지은 우리금융···'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과정 공개
금융·은행 등 주요 CEO 선임 적용···"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과정 만들 것"
'지배구조 개선' 강조하는 금융당국과 한 궤···"큰 방향성에서 소통 중"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진행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금융권 CEO 선임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정부와 금융당국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향후 내재화할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무엇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금융당국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는 측면에서 이목이 쏠린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상무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은행 등 주요 자회사 CEO 선임 시 검증 절차와 육성 과정을 거친 분들이 그룹 내 주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그 일환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3월부터 2개월에 걸쳐 차기 우리은행장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상무는 "그간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내부 논의만으로 CEO를 선발하던 것이 기존 금융업계 관행이었으나 절차적 투명성·전문성을 높이고 그룹 회장의 독단적 판단과 영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한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4단계 과정으로 구성됐다. 우리금융 측은 특히 심혈을 기울인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는 2시간씩 진행하는 분야별 평가로, 후보자 개별 코칭과도 연계해 후보자에게 내재된 역량과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면접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CEO 후보군 대상 임원들 역량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상무는 "본부장 2~3년 차를 대상으로 연간 최소 50시간 이상 연수를 도입하겠다"면서 "단순히 단순히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토론 등 피드백 과정을 거쳐 역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CEO 선임 투명화 시도는 임종룡 회장의 조직쇄신 일환임과 동시에 현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지주에 만연해 있는 '셀프 연임'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존 선임 방식에 문제가 산적한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우리금융 측 시각은 공교롭게도 금융당국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실제 우리금융은 근래 금융당국이 시장과 소통하는 가까운 창구 중 하나로 꼽힌다. 전임 회장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당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지만 과거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당국 수장들과 스킨십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달 열린 우리은행 특화점포 개설식 당시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함께 참석했고 전세사기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피해지원책을 금융위에 먼저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상무는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의) 진행 경과나 우리금융에서 추구하는 방향성 등에 대해 금융당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