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주가조작 의혹 '라덕연' 탈세 검증⋯고강도 세무조사 착수

2023-06-20 09:44
금융당국·검찰 이어 국세청도 가세⋯은닉재산 추가 파악 여부 '촉각'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국세청에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수익을 은닉하고 차명 계좌로 다수 부동산·차량 자산 등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탈루한 혐의가 있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사정기관과 동종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라 대표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라 대표 세무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과 특정 탈루 혐의가 의심되는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일 때 투입된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서울청 조사4국 직원들은 서초구 소재 라 대표가 운영 중인 투자자문사 등 법인 사무실에 사전 통보 없이 불시에 방문해 조사에 필요한 세무·회계 자료들을 일괄 예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라 대표는 측근 변모씨, 안모씨 등과 미등록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시세조종으로 2642억원 규모 범죄수익을 거두고 절반인 1321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합동수사팀(단장 단성한)을 꾸려 라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미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 등 일당은 다수 투자자에게서 휴대전화와 증권계좌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뒤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 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여러 종목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을 받는다.
 
라 대표 등 일당의 국내외 은닉재산 추적에 나선 검찰은 현재 152억원의 재산을 추징보전하고, 해외 골프장과 프랜차이즈 커피숍, 차명 계좌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법원이 추징보전을 명령한 152억원 상당 가운데 라 대표 재산은 본인과 측근 명의 부동산, 사무실 임대차·차량 리스 보증금 등 5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H사 사내이사 박모씨 재산이 83억원가량, 나머지는 함께 구속된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 등 명의다.
 
라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한 투자자들은 라 대표가 자신들 개인정보로 각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본인 동의 없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추가로 개설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투자금을 불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해 고소장을 제출한 법무법인 대건은 이 사건에 대해 단순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폰지사기와도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익을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다단계 형식과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법무법인 대건 측은 “본인 앞으로 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한 피해자는 고소·고발인 66명 중 단 한 명도 없다”며 “라덕연 일당이 은닉한 자연인인 차명자산과 법인인 차명자산을 모두 몰수·추징 보전해 추후 형사 재판절차가 마무리되고 피해자들에게 환불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