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넘게 조용한 北, '전승절' 전후 무력 도발 나서나

2023-05-28 05:28
농번기 주력하는 北…'공포의 균형' 이루며 휴지기 분석
조태용 "北, 가까운 장래에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날 현지 지도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달 우주개발국에 이어 동행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45일 가까이 도발을 삼가고 있다. ‘쌀=우리식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북한이 농번기에 주력하며 정체 국면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난달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이후 공포의 균형을 이루며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새 시설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조만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발사 시기는 북한의 전승절 70주년인 7월 27일(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전후가 거론된다.
 
27일 국방부와 대북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을 끝으로 일단 군사도발을 멈춘 상태다. 4월 말 한·미 정상회담과 이달 초 한·일 정상회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에도 무력 시위 대신 비난 입장으로 일관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군사연습을 강하게 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도 농번기에 주력하면서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고 원장은 “한·미 워싱턴 선언 이후 공포의 균형을 이루며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포의 균형이란 공포를 통해 상대방과의 전쟁을 막는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 핵무기 보유국 간 전쟁억제를 뜻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담겼다.
 
北 서해위성발사장 새 발사대 공사 급진전
북한이 조만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4일(현지시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이달 16~23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 발사대 공사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8노스에 따르면 새 발사대 공사는 지난달 30일 처음 관측됐으며, 나흘 만에 콘크리트 패드 완성 단계까지 진행됐다. 이달 16일에는 패드 위에 선로가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는 로켓 발사 준비에 필요한 이동식 조립 구조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23일에는 건물 외부로 추정되는 패널도 설치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22일 촬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가로 140m, 세로 40m 규모 직사각형 형태의 새 발사대로 추정되는 시설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데이브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새로운 발사대 건설을 위해 전력을 공급 중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 달간 잠행을 끝내고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시찰에 나선 사실을 알리며 ‘탑재 준비’를 마쳤다고 밝힌 상황이다.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서해위성발사장.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가까운 장래에 발사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을 더 심화시키는 노력과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향후 준비 상황을 감안해 적정 발사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관계부처와 협조,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美 대북 감시정찰 강화…첨단정찰기 서해 전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감시정찰을 한층 촘촘하게 하고 있다. 미 태평양공군은 지난 15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있던 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일본 요코타 미 공군기지로 순환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전자광학·적외선센서(EO·IR)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 무인정찰기다. 한번 비행하면 38∼42시간 작전이 가능하다. 작전반경은 3000㎞에 달해 한반도 밖까지 감시할 수 있다. 미군은 글로벌호크가 “광범위한 정보, 감시, 정찰 기능을 제공해 평시 또는 우발 상황에서 동맹과 파트너국을 지원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사진=미 공군]

미 공군의 첨단정찰기 코브라볼(RC-135S)은 14일에 이어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가데나기지를 이륙해 서해상으로 날아왔다. 코브라볼은 4월 말까진 주로 동해 상공에 전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서해 상공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는 등 서해상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단 3대밖에 없는 코브라볼은 리벳조인트(RC-135V), 컴뱃센트(RC-135U)와 함께 미국 3대 정찰 자산으로 꼽힌다. 코브라볼은 적외선 센서와 광학장비 등으로 수백 ㎞ 밖에서도 미사일 발사 징후를 관측할 수 있다. 발사 후 비행궤적과 탄두 낙하지점도 추적한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 아래 관련 지역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과 무기 개발 동향 등을 지속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