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오류로 주식 못 팔았는데…法 "최고가에 배상 필요없어"

2023-05-20 09:28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연합뉴스]


증권사의 전산 장애로 주식을 제때 매도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는 투자자에게 최고점 가격에 대한 차익이 아닌 증권사 측이 제시한 평균가격대로 보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지난 1일 투자자 노모씨가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5228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씨는 한투증권으로부터 약 160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노씨는 MTS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해오던 지난해 8월 8일, 한투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장애로 접속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전산장애는 8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15분까지 약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투자자 항의가 빗발치자 한투증권 측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산상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한투증권 고객센터로 새벽에 한 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전산장애가 종료된 후 9일 오전 9시쯤 나스닥100 선물과 코스피200 선물 계약 등 총 10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투증권 측은 A씨에게 약 1598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노씨는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해 약 5228만원 정도의 차익을 실현하지 못했다"며 한투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청구한 5228만원에 대해 "예상 지수로 매도했을 경우 원고(A씨)가 얻을 수 있었던 금액에서 실제 원고가 취득한 금액의 차액"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전산장애가 없었더라도 원고가 그 시간대 최고지수에서 매도 주문을 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가격으로 매도 계약이 체결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원고의 계약체결 의사는 전산장애 발생 전 피고 고객센터에 통화를 시도한 사실만 인정할 수 있다"며 "전산장애 기간 중 실제 체결된 양을 고려해 평균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