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총리, 한·미·대만 반도체 선두기업 만난다···일본에 투자 요청 관측

2023-05-17 17:58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미국·대만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만나 일본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일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국내 삼성전자와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요미우리신문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관계자 7명과 회담한다. 이들은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 대만 류더인 TSMC 회장, 미국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다리오 길 IBM 부사장, 플랩 라저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AMAT) 반도체 부문 CEO, 벨기에 막스 밀고리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 부사장 등으로 알려졌다.

회담을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일본에 대한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한국과 대만에 밀려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그러나 후방산업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부문에서는 아직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 같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의 제휴 및 거래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반도체 생산설비 일본 유치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다시 육성하기 위해 구마모토현 등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대규모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는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건설 비용의 절반가량인 4760억엔(약 4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지난해 4월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히로시마현의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인텔도 일본에서 R&D 거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도 3000억원을 투자해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설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안에 건설을 시작해 2025년 가동이 목표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 경영진이 한곳에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경제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국내 삼성전자에게 투자 등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일본 반도체 소부장과의 협력을 늘려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