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상자산] 해외선 규제와 공정경쟁·혁신·진흥 함께 강조

2023-05-15 05:10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입법 논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외에도 공정한 경쟁, 혁신, 진흥 등이 함께 강조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자산이 규제체계에 접어든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결국 제대로 된 규율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상자산업계 혁신이나 진흥 등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발행자에 대한 공시의무가 빠지면서 후속 논의도 그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정무위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혁신·진흥 등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법안 목적도 가상자산 이용자 권익 보호,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으로 국한됐다.
 
법안을 검토하면서 남긴 부대 의견에 ‘가상자산 활용성 확대, 실물경제 융합형 혁신 서비스 출현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규정을 마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한 후 입법 예고한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반면 지난달 유럽 의회를 최종 통과한 가상자산 규제 기본법(MiCA)은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로 인해 EU 지역에서 암호자산 발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가상자산이 미래 기술인 블록체인 육성·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저해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고민한 것이다.
 
유럽 의회는 MiCA가 가상자산 산업의 잠재력 활성화와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고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을 촉진하는 데 정책적 관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에선 아직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행정명령을 통해 소비자·투자자 보호, 금융 안정성, 불법 금융 근절, 책임 있는 혁신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전통 금융시장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금융경제 시스템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규제체계를 도입하면서 건전한 시장 육성을 통한 블록체인·암호자산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산업의 발전이 저해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가상자산법 입법 이후 규제 측면에서 우선 논의돼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블록체인 혁신이나 산업 진흥에 대한 고민도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업계에 합법과 불법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기만 해도 업계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규율을 통해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시장에서 저절로 혁신이 일어나고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줄어들면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