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 먹잇감 된 국적 해운사들···국가 전략자원 유출 '비상'

2023-05-11 05:40
국내자본, 현대LNG·폴라리스 무관심
두회사 매각땐 국적선박 60척 넘어갈판
국책은행 인수자금 지원 등 개입 시급

현대LNG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매물로 나온 국적 해운사들이 연이어 해외 자본의 타깃이 되면서 정부는 물론 국책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해운 호황이 끝나면서 해운사를 가진 사모펀드(PE)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가운데 해외 기업이나 자본이 한국 국적 해운사 인수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 전략 자원 중 하나인 국적 선박의 대규모 해외 유출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법으로는 해외 매각을 막을 수 없는 만큼 국책은행들의 인수자금 지원 등 간접 개입을 통해 국자 전략 자원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물로 나온 현대LNG·폴라리스, 국내 무관심 속 해외 자본에 매각될 우려···국책은행 간접 지원 나서야

10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매각 본입찰을 앞둔 현대LNG해운과 폴라리스쉬핑에 예비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 중 국내 자본은 2곳을 넘지 않는다. 

현대LNG해운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대주주로 두고 있으며, 폴라리스쉬핑은 칸서스 PE와 이니어스 PE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두고 있다. 각 사는 인수 후보로 4~5곳을 선정한 상태인데 폴라리스쉬핑 쇼트리스트에만 국내 자본이 이름을 올렸을 뿐 현대LNG해운에는 해외 기업이나 자본만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인수 후보를 선정한 현대LNG해운 쇼트리스트에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해외 기업과 해운 등 인프라 투자를 위주로 하는 FI 4~5곳이 포함됐다. 폴라리스쉬핑도 최근 쇼트리스트를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세계 4위 중국계 해운사인 코스코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스코는 몸값이 약 6000억원으로 알려진 폴라리스쉬핑 인수 금액을 8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본이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대 1조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IB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폴라리스쉬핑에 이만한 가격을 지불할 국내 자본을 찾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현대LNG해운 역시 HMM을 제외하고는 인수 의향을 가진 국내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면 이 두 회사는 해외에 매각되는 게 순리”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은 약 60척에 달하는 국적 선박을 해외에 넘겨주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이들 두 기업에 대해 해외 매각을 막지 못한다면 PE를 주인으로 둔 해운사들이 줄지어 해외에 매각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등 해운사를 갖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SK해운을 매물로 내놨으며 2014년 한진해운 선박 일부를 인수해 설립한 에이치라인해운도 10년간 운용을 한 만큼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 외에도 2014년 전후 극심한 해운 불황 시기에 중소 해운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이 최근 호황이 종료됐으며 운용 기간 10년을 채운 만큼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정부가 현대LNG해운과 폴라리스쉬핑에 대해 해외 매각을 용인하면 한앤컴퍼니가 가진 두 개 해운사도 추가로 해외에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모펀드로서는 투자금 회수가 최우선인 만큼 HMM에 투자한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의견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책은행의 인수자금 지원이 언급된다. 실제 HMM이 지난해 한 차례 인수를 포기한 현대LNG해운은 최근 HMM과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적 해운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라리스쉬핑 매각 과정에서도 국책은행이 간접 개입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막대한 금액을 제시한 해외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국책은행이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가 아닌 국가 전략 자원을 파는 것···에너지·공급망 위기 우려도
정부는 물론 국책은행도 국적 해운사의 해외 매각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현재 상황이 국가 전략 자산이 유출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모든 국적 선박은 레퀴지션(Requisition) 조항에 따라 전시나 국가 위기 상황에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징발된다. 전시에 주요 물자를 나르거나 전함으로 개조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들의 해외 매각은 국가 위기 상황 시 대처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동시에 공급망 위기 역시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든 운송 수단 중 가장 많은 용량을 나르는 해운사가 해외 자본에 넘어가면 국가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단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공급망 붕괴 시기에 정부는 HMM 등과 손잡고 중소·중견기업 화물을 해외에 나르기 위한 긴급 선박을 10차례 이상 투입한 바 있다.

에너지 공기업을 포함한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기밀 유출 현안도 존재한다. 폴라리스쉬핑은 한국전력, 포스코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현대LNG해운 역시 한국가스공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해외 자본이 이를 운용할 시 선박에 적재된 물량은 물론 기밀 사항인 거래 가격까지도 파악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한전 관계자는 설명한다. 나아가 주요 에너지 수송 사업을 해외에 내주면서 자칫 외교 마찰이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냥 전함을 해외에 판다고 보면 된다”며 “전쟁 시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자고, 평시에도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 수송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한 업무다. 이런 업무를 맡고 있는 해운사를 해외에 넘긴다면 국가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 위기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현대LNG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