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부 장관 1년] 원전 복원 '성과'…수출·반도체·IRA 대응 "큰 도전"
2023-05-09 17:06
윤석열 정부의 산업 정책 컨트롤 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이끄는 이창양 장관이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이 장관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새 정부 국정 과제인 '원전 정상화'와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 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산업 정책, 에너지, 통상 정책에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성과보다도 이전 정부의 잘못된 방향이나 관행, 제도를 정상화하는 변화를 가져오는 1년이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적자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수출 여건에 이 장관의 마음도 못내 무거운 상황이다. 무역수지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의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조속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탈원전' 그림자 지우고 '원전 생태계 복원' 총력전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13일 취임사에서 "에너지 정책을 재설계하고 성장 지향형 산업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원전과 신재생이 조화를 이루는 전원(電源) 믹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함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새 정부의 탈(脫)원전 폐기 기조에 발맞춰 원전 기업들의 일감을 확보하고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등 침체한 원전 생태계 복원에 주력해 왔다.
우선 2017년 공사가 중단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내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이르면 7월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후속 부지 정지 공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한울 3호기는 2032년까지, 4호기는 이듬해인 2033년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가동 중단된 고리 2호기도 2025년을 목표로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계속 운전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장관은 '원전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원전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체코와 폴란드를 찾았다. 성과도 냈다. 지난해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수출 업무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 13년 만에 원전 수출의 물꼬를 텄다.
스스로도 지난 1년 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원전 생태계가 복원되고 탈원전 정책 이 공식 폐기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고 3조원 규모의 기자재 수주 성과를 거뒀으며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출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IRA·반도체법 등장에 '협상력' 시험대 올라
지난해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을 잇따라 제정하면서 이 장관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IRA에 따라 미국 내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우리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데도 초기 골든타임을 놓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후 양국 간 협의를 거쳐 영업용 차량(플릿·fleet)이나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은 보조금 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이끌어낸 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보조금 받는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금지)도 10년 간 중국 내 생산 능력을 5%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받아냈다. 초안보다 다소 완화된 셈이다.
미국과의 협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장관의 입장이다. 그는 "IRA와 반도체법은 미국과 관련해 가장 큰 통상 도전이었다"며 "큰 줄기들은 잡혔고 잔여 이슈가 많진 않다"며 남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은 적자, 적자, 적자...'수출 플러스 전환' 가능할까
최악의 수출 성적표에 대해서는 각종 대응책을 고심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누적 수출액은 201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올 들어 4월까지 251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472억 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우리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황 부진이 치명타였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는 '상저하고'를 기대하면서 '수출 플러스 전환'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수출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결해 주는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을 꾸리는 등 범부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장관 역시 직접 현장을 찾아 기업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등 발로 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발품이 수출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 장관은 "지난해 전체 수출이 역대 최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며 "(올해는)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 또다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게 도전적이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화 된 에너지 이슈...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급
전기·가스요금 문제는 현 시점에서 이 장관이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지난 겨울 '난방비 대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관련 논란은 여전히 시끄럽다.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은 당정 협의가 삐거덕거리며 40일 넘게 지연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원가주의'를 강조하던 정부 원칙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장관은 "한 달가량 미뤄지는 사이 전기·가스요금, 한전 적자 등이 국민 경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요금 조정은) 더 끌어봤자 좋을 게 없다. 이번 달을 넘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