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가격이 10년 된 주변 구축보다 낮다? 다운계약 만연한 분양권 시장

2023-05-09 18:38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서울 동대문구 신축 주상복합 분양권을 알아보던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하기 전에 알아본 분양권 실거래가와 실제 매물 가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공개된 분양권 실거래가는 전부 허위신고로 느껴질 정도"라며 "신고된 거래가격이 11억원대인데, 실제 현장에서 들은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공인중개업소에 경기도 한 신축아파트 분양권을 문의한 B씨는 "매도인이 최종적으로 받고 싶은 피를 요구하면서 '알아서 세금 부담하고 싶은 만큼 신고하라'고 다운계약을 유도하더라"며 "어디를 알아봐도 다운계약서를 안 쓰는 곳 찾기가 더 어려워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7일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된 후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근 구축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춰서 신고하는 다운계약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에서 거래 신고된 분양권은 총 43건이다. 이 중 54%에 달하는 23건이 직거래였다. 나머지 중개거래 20건의 절반인 10건은 해당 지역 외 공인중개사를 통한 관외거래였다. 
 
최근 거래된 신축 단지 분양권의 상당수가 인근 구축 아파트 시세보다도 낮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는 14건 모두 10억~11억원대에 분양권 거래가 신고됐다.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 전용 84㎡도 지난 3일 30층 분양권이 11억6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의 준공된 지 11년 된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는 같은 면적이 최근 12억~13억원대에 거래됐고, 2011년 준공된 용두동 래미안허브리츠 전용 84㎡도 11억~12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의 상당수가 다운계약서를 쓴 불법거래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고된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물론이고 관외거래, 직거래 모두 일반적 거래가 아니라 소위 '업자'들이나 외부 컨설팅업체가 낀 특수거래가 의심된다"며 "높은 양도세율을 피하기 위한 다운계약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해당 단지 분양권 실거래가에 대해 "정상거래일 리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근 13년 된 구축 아파트를 최근에 11억원에 거래중개했는데, 신축분양권이 실제 저 가격에 거래되면 누가 구축아파트를 더 비싸게 주고 사겠냐"며 "지금  SKY-L65 분양권을 12억~13억원 주고서라도 매수하겠는 사람이 많은데, 10억~11억원에 팔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전용 84㎡ 기준 당초 분양가가 10억~10억8000만원에 옵션비 별도(풀옵션 기준 5000만~600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부 최초 분양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청량리 이외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8억~9억원에 호가가 올라와있는 은평구 수색동 DMC아트포레자이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달 27일 5억6000만원대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건도 경기도 파주시 공인중개사를 통한 관외거래였다. 인근의 DMC상암센트럴파크2단지(2009년 준공) 전용 51㎡은 지난 2월 6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면적은 9억원대에 시세가 올라와 있다. 
 
분양가 4억2000만원대였던 경기 시흥시 장곡동 시흥장현예다음아르테 전용 84㎡는 지난 한달간 거래된 분양권 41건 대부분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는 4억3000만~4억5000만원에 팔렸다. 인근의 준공 25년차 진말대우우성아파트 전용 99㎡가 지난달 1일 4억1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도 싼 가격이다.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창원더퍼스트 전용 84㎡ 분양권도 분양가와 같은 5억21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로는 프리미엄을 협의하자며 다운계약을 유도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이러한 다운계약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 시 당첨 1년 내에는 시세차익의 77%를, 2년 내라면 66%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김제경 소장은 "양도세가 높다보니 다들 정상거래를 안 하고 다운계약서를 쓰는 실정"이라며 "전수 조사하면 다운계약 사례가 우수수 적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과장은 “양도세율과 실거주 의무 등 현재 과도하다고 인식되는 규제를 풀어주면 지금처럼 불법적 다운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소장은 "다운계약은 불법거래로 탈세행위이며, 중개업자의 경우 면허 정지, 취소까지 될 수 있다. 직거래로 다운계약을 진행하다 보면 법률적 피해도 발생할 수 있어 정부의 조사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도 애초에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세율임을 인지하고 당초 발표했던대로 세율 인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