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진출 美 배터리업체 ONE 무지브 아지즈 대표 "한국서도 IRA 혜택 받을 수 있어···향후 공장 건설도 검토"

2023-05-08 05:55

최근 한국에 둥지를 튼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이 있다. 빌 게이츠와 BMW의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거듭난 아워넥스트에너지(ONE)의 얘기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으로 몰려가는 글로벌 업계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ONE의 최고경영자(CEO)인 무지브 아지즈(Mujeeb Ijaz) 대표는 지난달 25일 성균관대학교 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 주최로 열린 '기후 투자, 성장 투자 포럼' 행사의 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아주경제는 무대 밖에서 아지즈 대표를 만나 강연에선 풀지 못한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아지즈 대표는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세운 이유가 IRA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아지즈 대표는 "현재 한국산 양극재, 음극재를 미국에 들이려고 다수 업체들과 협의중"이라며 "한국과 미국간 FTA(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해 IRA 혜택을 누리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양극재와 음극재는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해도 IRA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ONE이 한국 지사를 세운건 국내 기업과의 물밑 작업을 통해 배터리 원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미국 역내 조달만으로는 배터리셀 생산이 역부족이다. 특히 중국 음극재 기업은 글로벌 시장 9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탈중국' 기조 IRA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 

ONE은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생산공장까지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자즈 대표는 "한국 완성차·배터리와도 여러 차례 미팅을 했다"며 "당장 한국에서의 양산 계획은 없지만 LFP(리튬인산철)배터리에 대한 한국 업계의 수요가 생긴다면 한국에서도 배터리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ONE이 주력하는 LFP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주특기인 삼원계와는 양극재에서 차이가 난다. LFP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열 폭주로 인한 화재 우려가 적으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LFP배터리 수요가 늘자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LFP 개발에 한창이다.

ONE은 현재 미시간주에 첫 상업공장을 짓고 있다. ONE의 미시간 공장 가동은 내년말부터며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7년께다. 앞서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인 코윈테크 자회사 탑머티리얼과 엠플러스는 미시간 양산라인 수주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ONE의 한국 진출은 국내의 배터리 후방 인프라를 누리려는 의도도 있다. 현재 ONE은 연구개발(R&D) 위주로 한국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ONE은 국내 소부장 업체와 시제품을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 배터리 소부장은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관련 인력·기술을 활용하기 쉬운 한국에서 R&D 사업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ONE의 계산이다.

아지즈 대표는 "2008년부터 50번 넘게 한국을 다녀가며 배터리 장비·설비 업체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국에서 LFP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경험이 많은 인재풀이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양산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ONE의 임직원은 228명으로, 이중 50명 가량이 한국계다.

ONE에 대한 한국 투자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이날 강연장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엑셀시어캐피탈, KB국민은행, 노르웨이대사관 등에서 온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워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ONE의 기술현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투자 의향까지 드러냈다. 

아지즈 대표는 "배터리 기술력은 전반적으로 한국이 앞서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우리에 투자 문의가 이어져 오는 건 LFP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무지브 아지즈 아워넥스트에너지(ONE) 대표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학교 SKK G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