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철도 '유지보수' 체제 바뀔까...'철산법' 개정안 국회 링 올랐다

2023-04-30 17:57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 재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7일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복구반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선로를 제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 재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기존 코레일만 하게 돼 있는 규정이 삭제된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상정되면서다. 법안이 통과되면 코레일 외에 국가철도공단 등 다양한 기관이 철도시설 유지보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국내 철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현행 철산법 제38조에 기입된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단서를 삭제해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보고 있는 유지보수 업무를 다른 기관까지 확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 철도 유지보수 체제가 시작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도 수송분담률 하락, 영업적자 증가 등 국영철도 체제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철도 구조 개혁이 단행됐다. 이에 '철도청'이 사라지고 '국가철도공단'이 출범하면서 열차 운영은 코레일, 철로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나눠 맡게 됐다.

그러나 개혁 취지와 달리 열차 운영사인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함께 맡아야 안전·효율이 높다는 판단 아래 철도 시설관리 업무 주체가 분리되면서 불안정한 체제가 지속돼 왔다. 시설관리가 두 조직으로 이원화되며 철도시설 생애주기 관리에 영향을 미쳤고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또한 2016년 새로운 고속철도 운송사업자인 SR이 등장했고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이 개통하면 더 많은 철도운송사업자가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도 운영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래픽=아주경제]



다만 코레일 측은 관련 조항 삭제 시 공단 등 다수 기관이 유지보수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철도시설에 대한 책임 있고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어렵다며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철도는 열차‧역‧시설‧관제 등이 연계된 네트워크 산업으로 일원화된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행 체계가 불안정한 만큼 유지보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철도산업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코레일이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게 효율적이었던 상황이 해소된 지 오래됐다"며 "철도운영사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유지보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철도 안전 문제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종합적인 평가와 함께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철도 사고는 유지보수 등 여러 문제가 종합적으로 얽히면서 나타나는 문제"라며 "코레일이 유지보수, 관제를 전담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안전관리 시스템 투자가 이뤄지고 필요한 인력들이 운영됐는지 따져보고, 유지보수 체제를 변경할 때에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