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노동개혁 1년] 깊어지는 갈등의 골…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

2023-04-30 18:30
69시간제·노조 회계 투명화·최저임금 등
사사건건 충돌…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
양대노총, 내일 4만명 참석 대규모 집회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7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본부를 찾았다. 노동조합 재정에 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현장조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자주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행정 개입"이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노동조합 측 저항에 근로감독관들은 빈손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5월 1일은 133주년 세계노동절이다. 하지만 노사 간 해묵은 갈등은 여전하다. 특히 출범 1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와 노조 관계는 악화일로다. '노동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와 노조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의 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5월 1일 전국 곳곳에서 14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노동절 집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2만5000명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심에서 11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에서 3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양대 노총은 일제히 '노동 개악 저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개편을 비롯한 윤석열표 노동 개혁에 매우 비판적이다.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노동계에선 '과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MZ 노조조차 연장근로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정부는 개편안을 사실상 유보했다.

노조 회계 투명화도 갈등을 빚는 대목이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각 노조에 회계 장부 표지와 속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 여론도 정부 편에 섰다. 이에 정부는 과태료 부과 등으로 압박했지만 양대 노총과 산하 노조는 '자주성 침해이자 부당한 개입'이라며 끝내 제출을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은 또 다른 뇌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절 다음 날 내년도 최저시급을 논의할 제1차 전원회의를 연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시급 목표를 1만2000원으로 정했지만 소상공인과 경영계는 경기 불황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맞서다 보니 통상 공익위원 목소리가 최저임금에 많이 반영된다. 노동계는 핵심 키를 쥔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맛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밑그림을 그린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에 대해 공익위원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갈등에도 정부 태도는 단호하다. 불법·부당한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개혁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라고 밝히면서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조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지시했다. 일주일 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일부 노조의 '고용세습' 문제를 거론하며 "미래 세대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노동 개혁을 위해선 노·정이 대립각만 세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조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도 국민 불신과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할 수 있게 회계 같은 부분은 떳떳하게 공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