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칼럼] 관치에 빼앗긴 '금융의 BTS'
2023-05-01 00:05
'금융의 BTS.'
이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금융의 BTS'란 말은 작년 7월 처음 등장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공개회의에서 꺼냈다. 당시 언론은 위원장 취임 일성이라 대서특필했다. 금융권의 규제를 풀어 글로벌 시장에서 BTS처럼 이름을 떨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10개월이 지나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지난달 18일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합작해 미국 전역에서 예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이 발급한 신용카드 이용자만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애플은 예금금리를 연 4.15%로 설정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저축계좌 평균금리 0.3% 대비 10배가 넘는다.
애플은 10년 전부터 금융서비스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한다. 2014년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로 활용한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2019년부터 신용카드를 발급했고, BNPL(Buy Now Pay Later)이라 불리는 후불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원이 켜져 작동하는 아이폰이 10억대다. 애플이 아이폰 10억대를 금융서비스의 허브로 만들어 버렸다면 전 세계 은행이 긴장했겠지만 예금 서비스는 미국 국내로 한정됐다. 금융은 국가와 지역마다 규제가 다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애플은 금융에 회사를 성장시킬 기회가 있다고 봤다.
애플 은행의 등장은 우리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지만, 당장 미국 시중은행 엉덩이엔 불이 붙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뱅크런’ 사태를 겪고 파산했다. 이후 고객의 예금 인출은 중견·중소은행으로 퍼졌고 일부 대형은행까지 번졌다. 고금리를 내세운 애플로 고객이 돈을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애플발(發) 금융업계 재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법도 하다. 애플 은행은 혜성처럼 나타난 슈퍼스타 BTS 그 자체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금융의 BTS' 만들기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이 궁금하다.
김 위원장이 ‘금융의 BTS’를 꺼내든 회의가 금융규제혁신회의다. 규제를 없애기 위해 민간과 만든 이 회의는 작년 7월 첫 회의를 연 뒤 최근까지 7번 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대했던 BTS급 규제 개선은 없었다.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보지 않지만 임팩트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풀어 준 규제의 덩어리가 BTS급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의 BTS’를 꺼내들었을 정도면 큰 그림은 그려놨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정권 교체로 규제가 크게 풀릴 것이란 금융권의 기대도 높았다. 그랬던 분위기가 올해 초 금융위 업무보고 이후 180도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인데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 ‘돈 잔치’를 벌였다고 쏘아붙였다. 이를 막으라고 관료들에게 닦달했다. ‘금융의 BTS’ 구상은 물 건너 갔다.
'금융의 BTS' 구상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결국 규제를 덧씌울 각종 태스크포스(TF)만 우후죽순 생겨났다. 매주 정신없이 돌아가는 TF 회의를 챙기느라 공무원들은 눈코 뜰 새도 없다고 한다. 현안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다.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등판했다.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다음 주에 동남아 지역을 돌며 기업설명회(IR)를 연다고 한다. 참가한 금융사들은 동남아 지역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곳들이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과는 있겠지만 이 또한 BTS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당국은 여전히 부정하겠지만 이 모든 것은 '관치(官治)'의 결과물이다. 금리 산정에서 금융지주 CEO 인선까지 당국의 개입이 없는 곳이 없다. 민간 은행이 공공재라는데 공공재 속에서 BTS가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금융의 BTS' 타이틀은 애플이 가져갔다.
애플은 10년 전부터 금융서비스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한다. 2014년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로 활용한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2019년부터 신용카드를 발급했고, BNPL(Buy Now Pay Later)이라 불리는 후불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원이 켜져 작동하는 아이폰이 10억대다. 애플이 아이폰 10억대를 금융서비스의 허브로 만들어 버렸다면 전 세계 은행이 긴장했겠지만 예금 서비스는 미국 국내로 한정됐다. 금융은 국가와 지역마다 규제가 다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애플은 금융에 회사를 성장시킬 기회가 있다고 봤다.
애플 은행의 등장은 우리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지만, 당장 미국 시중은행 엉덩이엔 불이 붙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뱅크런’ 사태를 겪고 파산했다. 이후 고객의 예금 인출은 중견·중소은행으로 퍼졌고 일부 대형은행까지 번졌다. 고금리를 내세운 애플로 고객이 돈을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애플발(發) 금융업계 재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법도 하다. 애플 은행은 혜성처럼 나타난 슈퍼스타 BTS 그 자체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금융의 BTS' 만들기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이 궁금하다.
김 위원장이 ‘금융의 BTS’를 꺼내든 회의가 금융규제혁신회의다. 규제를 없애기 위해 민간과 만든 이 회의는 작년 7월 첫 회의를 연 뒤 최근까지 7번 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대했던 BTS급 규제 개선은 없었다.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보지 않지만 임팩트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풀어 준 규제의 덩어리가 BTS급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의 BTS’를 꺼내들었을 정도면 큰 그림은 그려놨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정권 교체로 규제가 크게 풀릴 것이란 금융권의 기대도 높았다. 그랬던 분위기가 올해 초 금융위 업무보고 이후 180도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인데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 ‘돈 잔치’를 벌였다고 쏘아붙였다. 이를 막으라고 관료들에게 닦달했다. ‘금융의 BTS’ 구상은 물 건너 갔다.
'금융의 BTS' 구상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결국 규제를 덧씌울 각종 태스크포스(TF)만 우후죽순 생겨났다. 매주 정신없이 돌아가는 TF 회의를 챙기느라 공무원들은 눈코 뜰 새도 없다고 한다. 현안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다.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등판했다.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다음 주에 동남아 지역을 돌며 기업설명회(IR)를 연다고 한다. 참가한 금융사들은 동남아 지역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곳들이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과는 있겠지만 이 또한 BTS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당국은 여전히 부정하겠지만 이 모든 것은 '관치(官治)'의 결과물이다. 금리 산정에서 금융지주 CEO 인선까지 당국의 개입이 없는 곳이 없다. 민간 은행이 공공재라는데 공공재 속에서 BTS가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금융의 BTS' 타이틀은 애플이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