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원내수장 된 박광온...친명-비명 계파 갈등 봉합·통합 행보 ON

2023-04-29 05:29
박광온은 누구인가...'친낙'·'3선'·'언론인 출신'
전문가 "총선 1년 전...'계파 정치' 멀리하고 '정책 비전' 뚜렷이 해야"

박광온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4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친낙(親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이 28일 선출되면서 제1야당 원내 수장으로서 역할론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재석의원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의정활동에 있어 대여(對與)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동시에 의원들의 하나 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원내대표 자리에 소위 '비명(非이재명)계'가 뽑히면서, 박 원내대표는 '친명(親이재명)계'가 주류인 민주당의 쇄신과 '계파 갈등 종식'이라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강조하고 나선 것 역시 '통합'이다. 투표 전 진행된 5분 남짓한 후보자 정견 발표에서, 박 원내대표는 총 7차례 '통합'을 외쳤다. 그는 "민주당 최고의 경쟁력은 이곳에 계신 의원 여러분"이라며 "원내대표에겐 이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능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이기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차게 싸워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선 직후에도 "모든 의원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를 위해 곧 '쇄신 의총'을 열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들어 당의 쇄신 방안을 모색하는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친낙'·'3선'·'언론인 출신'...박광온은 누구인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재수 끝에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친낙계'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 당시 사무총장직을 지내고, 이 전 대표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와 맞붙었을 때도 이 전 대표를 도왔다. 그에게 '비명계'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박 원내대표는 1984년 MBC에 입사해 앵커와 방송기자를 거쳐 보도국장까지 지냈다.

박 원내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다.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공천받지 못했다. 이후 2014년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 공천을 받고 출마한 뒤 당선됐다. 이후 이곳에서 '3선 의원'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공보단 공동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매우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격을 지녔다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는 '불호'가 많지 않을 상"이라며 "주변 의원들 얘기를 들어봐도 합리적이고 의원들과 큰 문제를 만들지 않을 사람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친명 일색'을 막으려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비명계'라는 말도 나오지만 이재명 대표와 극심한 대립각을 세울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박 원내대표 득표수가 꽤 많다. 경쟁 상대였던 홍익표 의원보다도 서른 표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민주당이 완전히 '친명' 당이 되는 걸 막으려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며 "박 원내대표가 평소의 소신이나 성격대로 의원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총선 1년 전...'계파 정치' 멀리하고 '정책 비전' 뚜렷이 해야"
총선이 일 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전문가들은 박 원내대표가 겉으로 드러난 '비명' 프레임에 묶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통합'을 위한 포용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특정 계파를 위해 당을 운영해 가는 것은 총선을 앞둔 상황 속 당에도, 국민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 대표가 당을 아우르려 노력한다면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담당한다. 의원 개개인을 포용하되 사사로운 개인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정부' 메시지를 강화하기보단 정책 비전을 뚜렷이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민주당의 원내 활동 대부분이 현 정부 비판(안티테제·antithesis)으로 채워졌다"며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안티테제만으로 접근하기는 힘들다. 뚜렷한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난 정세균 대표 체제 당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당내 정책 경쟁을 하며 정책집을 냈었다"며 "이후 연거푸 세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무상급식이나 일자리 등 민생 관련 정책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활동이 '통합'이 아니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에 따른 정책들을 설정해 가는 것이 곧 당내 통합일 것"이라며 "정책에 집중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여당 역시 비슷한 태도로 총선에 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