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조시장에 MZ세대 새바람…"탈이념·탈정당 초심 지켜갈 것"

2023-04-30 19:00
출범 한달 맞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전세사기 등 공익 입법 창구 역할…"정치노선 정하라" 요구도 거절
사안별 소위원회 꾸려 유연한 조직 구상…200여명 가입 의사 밝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우지현 공동대표(왼쪽부터)와 송지은 상임대표, 김희영 공동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삼성동 플레이스1에서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새변]

 
탈이념·탈정당을 추구하는 MZ 변호사 모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정식 출범한 지 약 1개월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정체성으로 내건 '탈이념'에 대한 시험이 이어졌다. 기존 변호사 단체와 차별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정치권에서 접촉 시도도 있었다.

공동대표인 우지현 변호사(33·변호사시험 5회)는 "정체성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탈이념·탈정당이라는 정체성은 꼭 지켜 나가고 싶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새변 상임대표인 송지은 변호사(37·변시 3회), 공동대표인 우 변호사와 김희영 변호사(33·변시 4회)는 출범 직후 받은 관심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감사함을 전했다. 송 변호사는 "사실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 성격이라 힘들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좋은 취지로 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소한 성과를 내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대 높은 부분 시작으로 활동 범위 넓힌다
 
새변의 또 다른 정체성은 '입법 제안'이다. 새변은 공익 입법에 뜻이 있지만 마땅한 창구가 없어서 망설여 왔던 변호사들을 위한 모임이다. 다만 입법 제안을 하면서도 탈이념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게 새변의 과제다. 입법 제안이 국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정치권과 접촉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 변호사는 "출범 후 '결국 정치와 맞닿아 있으면 결정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지금 임원들 공감대는 초심대로 가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특정 정당에서 '노선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먼저 접촉해오기도 했다"며 "저희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입법 제안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인 단체는 될 수 있다"며 "다만 치우치지 않기 위해 오래 고민하고 장단점을 파악해서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변이 최근 '전세사기 대책'에 집중한 배경에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깔려 있다. 새변은 부동산 스타트업 아이엔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세사기 유형을 분석한 뒤 '공인중개사 검색 시스템'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임차인은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하는데 이 같은 신뢰·의존도에 공인중개사 설명 의무가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 검색 시스템처럼 공인중개사 성명과 개업 주소지 등으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변은 이처럼 국민적 공감대가 큰 사안에 먼저 집중해 실력을 인정받은 후 활동 폭을 넓힐 예정이다. 송 변호사는 "당파를 떠나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다루려고 한다"면서 "먼저 한 가지 입법안이 통과돼야 그다음 입법안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시간이 지나면 시의성과 관계없이 국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우지현 공동대표(왼쪽부터)와 송지은 상임대표, 김희영 공동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삼성동 플레이스1에서 회의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새변]

"MZ 변호사, 법조시장에 색감 입힐 것···새변이 창구되길"
 
막 첫발을 뗀 새변은 10명 남짓한 임원진을 주축으로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200여 명이 새변에 가입 의사를 밝힌 만큼 운영위원도 확충할 계획이다. 각 사안별로 소위원회를 꾸리는 등 유연한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다음 분들에게 이 자리를 넘겨줄 때 단체가 어느 정도 체계화돼서 개인 시간 중 20%만 써도 굴러갈 수 있도록 최초 설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우 변호사는 "운영위원 충원과 업무 분담을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섣불리 확장하다가 탈이념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새변 역할을 청년 변호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를 바랐다. 김 변호사는 "개성이 뚜렷한 MZ 변호사들은 무채색인 변호사 시장에 다양한 색감을 입혀줄 수 있는 좋은 페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시장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눈치 보이는 분위기가 있는데 청년 변호사들이 이런 부분을 깨주고 그 플랫폼으로서 새변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