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도, 상가도 '텅텅'... 미분양 고전하는 서울 아파트 가보니
2023-04-28 09:31
고분양가 논란에 '찬밥신세' 미분양 단지 가보니…상가·입주센터 방치, 분양사무소 파리만
무순위 '줍줍' 수차례, 할인분양에도 물량 남아…"단지별 양극화 뚜렷"
무순위 '줍줍' 수차례, 할인분양에도 물량 남아…"단지별 양극화 뚜렷"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서울 주요지역에서는 분양시장 찬바람이 여전하다. 특히 주변 시세에 비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는 본청약 계약이 미달되며 무순위 '줍줍'에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분양가를 비롯해 단지 규모가 작거나 주변 입지가 낙후된 점 등이 외면받는 이유로 꼽힌다.
‘35% 할인분양’에도···입주센터‧상가 텅빈 '유령 아파트' 칸타빌수유팰리스
28일 찾은 강북구 수유동 179-2 일대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 내려 술집이 즐비한 좁은 먹자골목을 지나 노후 주택가 사이에 덩그러니 위치했다. '나홀로 아파트'가 위화감이 들 만큼 주변 환경은 낙후돼 있었다. 단지 앞도 강북종합시장 시설물 설치 공사로 어수선했고, 입주민들과 상가가 들어서 활기를 띠어야 할 단지 입구엔 건축 자재, 폐기물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대표적인 서울 '악성미분양' 단지로 알려진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해 2월 분양 시작 이후 무순위 청약을 9차례나 실시했지만 아직도 미분양이 쌓여 있다. 작년 7월부터는 15% 할인 분양을 실시하다 결국 지난 10~11일 진행된 9차 무순위 청약부터는 분양가 35% 할인에 돌입했다. 전용 59㎡는 기존 8억~9억원대에서 5억~6억원대로, 전용 76‧78㎡는 10억~11억원대에서 6억~7억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7월 준공, 입주를 시작한 지 9개월째였음에도 단지 주변을 한참 둘러봐도 돌아다니는 주민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수십 칸의 상가는 단 한 곳만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입주자가 없다 보니 1~15층 우편함 중 우편물이 꽂힌 곳은 3개에 불과했고, 자전거 보관소마저 한산했다. 입주지원센터도 운영시간이었지만 불이 꺼진 채 방치돼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책상, 의자조차 없었다. 직원들만 예닐곱 명 상주하고 있는 분양사무실엔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이 파리만 날렸다.
미분양이 오래 이어지자 상권도 침체되는 분위기다. 40년째 인근에서 야채‧과일가게를 하는 B씨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손님이 없다"며 "하루 종일 있다 보면 2‧3층 소형면적 제외하고 밤에 불 켜지는 집은 한두 집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단지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했는데 아직 새 아파트 손님은 한 명도 안 왔다"고 토로했다.
칸타빌수유팰리스 분양 관계자는 "초창기에 시행사에서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 15% 할인할 때는 당연히 계약 안 됐고, 최근 35% 할인하니 가격이 괜찮다고 생각해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분양 관계자는 할인분양 외에도 발코니 확장, 시스템에어컨 4대, 정수기와 안방 화장실 비데, 중문, 오븐과 인덕션 등 3000만원가량의 옵션도 내세웠다.
대표적인 서울 '악성미분양' 단지로 알려진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해 2월 분양 시작 이후 무순위 청약을 9차례나 실시했지만 아직도 미분양이 쌓여 있다. 작년 7월부터는 15% 할인 분양을 실시하다 결국 지난 10~11일 진행된 9차 무순위 청약부터는 분양가 35% 할인에 돌입했다. 전용 59㎡는 기존 8억~9억원대에서 5억~6억원대로, 전용 76‧78㎡는 10억~11억원대에서 6억~7억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7월 준공, 입주를 시작한 지 9개월째였음에도 단지 주변을 한참 둘러봐도 돌아다니는 주민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수십 칸의 상가는 단 한 곳만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입주자가 없다 보니 1~15층 우편함 중 우편물이 꽂힌 곳은 3개에 불과했고, 자전거 보관소마저 한산했다. 입주지원센터도 운영시간이었지만 불이 꺼진 채 방치돼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책상, 의자조차 없었다. 직원들만 예닐곱 명 상주하고 있는 분양사무실엔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이 파리만 날렸다.
칸타빌수유팰리스 분양 관계자는 "초창기에 시행사에서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 15% 할인할 때는 당연히 계약 안 됐고, 최근 35% 할인하니 가격이 괜찮다고 생각해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분양 관계자는 할인분양 외에도 발코니 확장, 시스템에어컨 4대, 정수기와 안방 화장실 비데, 중문, 오븐과 인덕션 등 3000만원가량의 옵션도 내세웠다.
시장 외면에도 고분양가 '배짱'.. "할인분양, 무상옵션 없어"
강북구의 또 다른 미분양 단지 '한화포레나 미아'는 지난해 3월 첫 분양 이후 1년 넘게 미분양을 털지 못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한화포레나미아의 미분양 가구 수는 64가구로, 전체 일반분양 424가구의 30%에 달했다. 최근 5차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한 뒤 회사보유분을 분양 중이지만 아직 20여 가구가 남은 상태다. 이곳의 전용 80㎡ 분양가는 저층 10억원 초반대, 고층은 10억원 후반대다.
이날 오후 분양 사무실에 있는 9개 상담창구에는 약 1시간 동안 손님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 유일한 손님이었던 기자에게 분양 관계자는 "좋은 층 남아있을 때 100만~300만원을 넣어두고 홀딩해 놓으시라"고 수차례 설득했다. 할인분양 계획을 묻자 "그런 건 지방 아파트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서울에서 할인분양을 하면 문제 있는 곳이라는 뜻인데, 우리 단지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긴 해도 수요자들은 조건을 더 따져가며 청약을 넣는 추세라 안 되는 곳은 계속 미분양이 남고, 되는 곳에만 쏠리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아무리 서울이라도 고분양가 논란이 인 곳, 규모가 너무 작은 곳 등은 미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강북구에 분양된 계룡건설의 '엘리프 미아역'도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5일 엘리프 미아역 1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이 날 확률이 높다고 보는 수치다. 같은날 엘리프 미아역 2단지는 1.97대 1을 기록했다. 이곳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7억9000만원, 전용 84㎡ 기준 11억4000만원에 이른다. 유상옵션 비용까지 합치면 전용 59㎡ 기준 8억원대에 달한다.
강동구 둔촌동 후분양단지 '더샵 파크 솔레이유'도 6월 입주를 앞두고 지난 1월부터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다. 195가구 중 73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지난달 말 무순위청약에 그 절반인 36가구가 나왔다. 전용 84㎡는 전체 27가구 중 19가구가 미계약됐다. 청약 경쟁률은 15대 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청약 접수자 831명 중 794명이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특히 이 단지는 인근 '매머드급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비교되며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용 84㎡ 기준 12억1000만~13억2400만원 선, 전용 59㎡는 9억원 가까이에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가는 전용 59㎡가 8억원 후반~9억원 초반대에 전용 84㎡는 12억원 중반~13억원 초반대였다.
'더샵 파크 솔레이유' 청약을 고민했다가 포기했다는 C씨는 "분양가가 둔촌주공과 비슷한데 여긴 200가구도 채 안되니 비교될 수밖에 없고, 옵션 등 혜택도 전혀 없다"며 "둔촌1동 전체가 재건축 중이고, 전반적으로 구축, 빌라 위주 주택가라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이유를 말했다. 분양 관계자조차 "단지 간 간격이 가깝고 일부 동은 초등학교, 앞 도로와 지나치게 인접해있어 현장을 보고 계약을 포기하는 분들이 있다. 소규모 단지라 커뮤니티시설도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분양 사무실에 있는 9개 상담창구에는 약 1시간 동안 손님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 유일한 손님이었던 기자에게 분양 관계자는 "좋은 층 남아있을 때 100만~300만원을 넣어두고 홀딩해 놓으시라"고 수차례 설득했다. 할인분양 계획을 묻자 "그런 건 지방 아파트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서울에서 할인분양을 하면 문제 있는 곳이라는 뜻인데, 우리 단지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긴 해도 수요자들은 조건을 더 따져가며 청약을 넣는 추세라 안 되는 곳은 계속 미분양이 남고, 되는 곳에만 쏠리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아무리 서울이라도 고분양가 논란이 인 곳, 규모가 너무 작은 곳 등은 미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강북구에 분양된 계룡건설의 '엘리프 미아역'도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5일 엘리프 미아역 1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이 날 확률이 높다고 보는 수치다. 같은날 엘리프 미아역 2단지는 1.97대 1을 기록했다. 이곳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7억9000만원, 전용 84㎡ 기준 11억4000만원에 이른다. 유상옵션 비용까지 합치면 전용 59㎡ 기준 8억원대에 달한다.
강동구 둔촌동 후분양단지 '더샵 파크 솔레이유'도 6월 입주를 앞두고 지난 1월부터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다. 195가구 중 73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지난달 말 무순위청약에 그 절반인 36가구가 나왔다. 전용 84㎡는 전체 27가구 중 19가구가 미계약됐다. 청약 경쟁률은 15대 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청약 접수자 831명 중 794명이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특히 이 단지는 인근 '매머드급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비교되며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용 84㎡ 기준 12억1000만~13억2400만원 선, 전용 59㎡는 9억원 가까이에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가는 전용 59㎡가 8억원 후반~9억원 초반대에 전용 84㎡는 12억원 중반~13억원 초반대였다.
'더샵 파크 솔레이유' 청약을 고민했다가 포기했다는 C씨는 "분양가가 둔촌주공과 비슷한데 여긴 200가구도 채 안되니 비교될 수밖에 없고, 옵션 등 혜택도 전혀 없다"며 "둔촌1동 전체가 재건축 중이고, 전반적으로 구축, 빌라 위주 주택가라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이유를 말했다. 분양 관계자조차 "단지 간 간격이 가깝고 일부 동은 초등학교, 앞 도로와 지나치게 인접해있어 현장을 보고 계약을 포기하는 분들이 있다. 소규모 단지라 커뮤니티시설도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분양가‧입지‧규모 경쟁력 낮아…"청약규제 완화로 단지별 개별성 뚜렷"
이날 찾은 미분양 단지 세 곳 모두 분양가와 입지, 단지 규모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칸타빌수유팰리스와 한화포레나미아 인근에 있는 신축 아파트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전용 59㎡ 기준 7억3900만~7억6500만원으로 더 싸다. 더샵파크솔레이유는 인근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비슷한 분양가에, 고덕동 명일동 일대 신축단지 실거래가(59㎡ 기준 9억~10억원대)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
200~400가구 내외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량 자체가 적다 보니 가격 추정이 잘 안돼 매매가 어렵고 대단지와 비교할 때 커뮤니티 시설 등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의 전매제한 기간 단축, 1주택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 규제완화로 청약시장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추세지만, 분양가·입지 등 경쟁력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달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이 발생하는 이유는 입지가 떨어지거나 분양가가 높거나, 아니면 둘 다일 경우"라며 "앞으로도 서울 분양시장은 현재처럼 단지별 개별성이 뚜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다만 서울의 경우 입지가 떨어져도 분양가가 저렴하다면 완판될 수 있다. 인근 기존 단지 시세가 오르는 것에 미분양 소진 속도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200~400가구 내외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량 자체가 적다 보니 가격 추정이 잘 안돼 매매가 어렵고 대단지와 비교할 때 커뮤니티 시설 등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의 전매제한 기간 단축, 1주택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 규제완화로 청약시장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추세지만, 분양가·입지 등 경쟁력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달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이 발생하는 이유는 입지가 떨어지거나 분양가가 높거나, 아니면 둘 다일 경우"라며 "앞으로도 서울 분양시장은 현재처럼 단지별 개별성이 뚜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다만 서울의 경우 입지가 떨어져도 분양가가 저렴하다면 완판될 수 있다. 인근 기존 단지 시세가 오르는 것에 미분양 소진 속도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