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빈 방문] 칩스법·IRA 등 美 통상문제, 5대 그룹 총수가 직접 해결 나선다

2023-04-24 18:30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해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선다. 5대 그룹의 주요 사업과 연관이 있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보조금 정책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총 122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오는 30일까지 방미 기간 동안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포함됐다.

재계와 주요 대기업그룹에서는 경제사절단에 속한 5대 그룹 총수들이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정 이외에도 각자 그룹과 연관된 미국의 주요 정책에 대한 해법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은 칩스법과 IRA를 통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현지 동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당장 칩스법 보조금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영업 기밀로 꼽혀왔던 반도체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과 소재 등 민감한 정보를 제출하라는 독소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이번 방미 일정 동안 극적으로 독소조항 관련 협상의 실마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를 계기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분쟁에서 우리 입장도 최종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게 중국과의 반도체 분쟁에서 공동 전선에 참여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도체 공급 공백을 한국 기업이 해소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국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하지 않아 공급 부족이 발생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부족을 해소해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윤 대통령과 대기업그룹 총수들의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 분야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더욱 강하게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국의 의도에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정 회장은 IRA 세부규정 적용을 유연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IRA 세부지침이 확정되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7500달러 세액공제 대상에서 최종 제외된 탓이다.

다만 정 회장이 IRA 문제를 공론화하기보다는 비공식적 협의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현대차·기아의 보조금 제외 문제에 대해 '타격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정 회장이 대놓고 보조금 문제를 공론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다른 총수들에 비해 다소 편한 입장에서 현지 생산거점 등을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IRA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규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 생산 설비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내 롯데케미칼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여부도 살펴볼 전망이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