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로 드러난 韓경제 민낯…물가·적자 부담 가중

2023-04-24 15:43
원·달러 환율 1334.8원 마감…장중 1335.8원까지 올라 연고점 경신
달러 가치 하락했는데 환율 상승 이례적…펀더멘털 약화가 원인
수입물가 상승 압력, 유가 상승기 맞물려 무역적자 폭 키울 수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로 출발하며 장중 1330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강(强)달러가 한풀 꺾이며 주요국 통화가치가 반등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만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돼 수입물가와 무역적자 부담마저 심해지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 1335원 터치…연고점 또 경신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33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4.3원 오른 1332.5원에 개장하며 지난 20일에 세운 연고점(1332.3원)을 재차 경신했다. 이후 1330원대 초반에서 강보합 흐름을 보이다가 점심 무렵 상승 폭을 키워 1335.8원까지 올라섰다. 지난 2월 2일 연저점(1220.3원)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달러인덱스가 101포인트대에서 큰 폭의 등락 없이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의 변동폭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보다 1.64% 하락했고, 같은 기간 역외 위안 가격은 0.34% 하락하며 달러화 지수를 따라 움직였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도 각각 2.62%, 2.3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5.05%의 변동률을 보이며 뚜렷한 달러 비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무역수지 적자 따른 펀더멘털 약화…원화 약세 압력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국내 경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단 무역수지가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65억84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5.6%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은 기대와 달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중국은 경제활동량 지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3월에만 전년 대비 30%대 감소세를 보이며 6개월째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리스크마저 커지면서 원화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경제 회복이 서비스업 중심에서 제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역송금 수요도 4월 중 모두 마무리 돼 원화 약세를 이끌었던 요인들이 순차적으로 해소되기 때문이다.
 
환율 상단 1350원까지 열려…관건은 1분기 GDP 성장률

그러나 완전히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되면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크다.

우려가 현실화되면 이는 물가와 무역수지 적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유가 하락에도 환율이 상승하면서 화학제품, 제1차 금속제품을 중심으로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하는 중이다.

OPEC+의 추가 감산 영향이 확산되면 국제유가 상승분과 맞물려 무역적자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 안정 요인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치(0.3%)를 하회할 경우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번주 환율 상단을 달러당 1350원까지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