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토크] "실사단, 輿野 통합결의안에 호감 …부산엑스포 지지국 증가세"

2023-04-24 21:17
박승준 논설주간이 만난 사람 –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8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진 = 아주경제신문 부산경남취재본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국제박람회기구(BIE·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의 부산 현지 실사 열흘 뒤인 지난 18일 오전 부산시청 시장집무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 여부는 오는 6월 BIE 총회에서 진행되는 4차 프레젠테이션과 11월로 예정된 171개 BIE 회원국 투표 결과에 달려 있다. BIE 공식 웹에는 4월 23일 이탈리아 로마, 4월 6일 대한민국 부산, 3월 24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24일 현재까지 실사를 받은 4개 후보 도시가 올라 있다. 투표 결과에 대한 예상부터 물어봤다.
 
-2030 부산엑스포 주제를 ‘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세계의 대전환, 공존의 미래로 향하는 대항해)’라고 제시했습니다. 11월 투표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실사를 받은 이후에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들이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아직 정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 국가들이 절반 이상이거든요. 현재로서는 지지 국가 숫자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은 지지 국가 숫자가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에 지지를 표명한 국가에서 그렇게 크게 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작년 이래로 우리가 꾸준히 따라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1월까지 중앙정부와 기업, 지방정부가 총력을 다해서 역할 분담을 통해 개별 국가들과 지지 교섭을 하면 11월 말 총회에서는 저희에게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최경림 외교부 국제박람회기구 협력대사는 현재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을 돌고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폭적으로 지지하지요.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힘이 붙게 된 것은 대통령께서 대선 때 ‘국운을 걸고 유치하겠다’는 말씀을 부산에 와서 했고, 인수위 때도 ‘엑스포 특위’를 만들어서 취임 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대통령실에는 엑스포 전담 수석급 기획관을 두었고, 지금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엑스포 유치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와 열정이 대한민국 전체의 엑스포 유치 활력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들도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170년 전 1851년 5월부터 10월까지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제1회 엑스포는 당시 런던에서 망명 중이던 카를 마르크스도 참관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엑스포를 참관한 뒤 ‘자본의 문명화(The Civilization Trend of Capital)’라는 말을 남겼고, ‘자본의 문명화’는 사회주의 국가임을 자처하는 중국이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주최하는 명분으로 활용됐다.) 당시 세계 최강 자본주의 국가 영국이 하이드파크에 세계의 산업과 예술을 다 집결시켜서 제1회 엑스포를 개최했는데 2030 엑스포가 부산에서 개최되면 부산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까.

“부산이 바뀌는 것을 얘기하기 전에 그동안 엑스포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먼저 얘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런던 박람회 이후로 전 세계에서 엑스포가 20세기 내내 열렸는데, 그 엑스포에 시대의 문명을 주도하는 기술과 상품, 문화가 모두 전시됐습니다. 엑스포 역사를 보면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우리가 어떤 문명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파리 엑스포는 에펠탑을 세웠는데, 그 에펠탑은 당시 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소재인 철강을 이용해서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거든요. 이후 전화, 텔레비전, 자동차, 심지어 코카콜라도 다 엑스포를 통해서 나온 것들이지요. 그런 걸 보여주는 플랫폼으로서 엑스포가 기능했는데, 그게 20세기 후반부터는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21세기에 와서는 기술과 상품의 엑스포에서 문명의 지향성과 비전, 그리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보여주는 엑스포로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 엑스포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상품이 강조되다 보니까 선진국들이 주로 플랫폼을 장악해왔습니다. 많은 발전 도상국들은 사실은 보여줄 게 별로 없어 참여 기회가 그렇게 충분치 않은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마주친 여러 가지 챌린지(도전)들, 기후변화에서 디지털 기술까지, 발전 도상국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려운 그런 시대란 말이죠. 그런 면에서 부산 엑스포는 많은 발전 도상국들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그런 솔루션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우리 부산 엑스포의 정신이고, 그걸 우리는 ‘부산 이니셔티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를 전 세계를 돌면서 전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부산 출신인 제가 1960년대 초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뒷산에서 부산항을 내려다보면 부산항에 한국전쟁 직후 미국이 PL480 식량원조 법안에 따라 제공하는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저장하는 사일로가 탑처럼 늘어서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악수하는 그래픽이 그려져 있었죠. 그래서 그걸 ‘악수표 밀가루’ ‘악수표 옥수수 가루’라고 불렀는데, 그런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감동적일 것 같은데요.

“아직도 그 사일로가 일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실사단에 그 사일로를 보여줬어요. 그 사일로를 우리는 발전 도상국들을 위한 특수 기념관으로 만들어서 일종의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게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새로운 솔루션을 상징하는 플랫폼의 장소로 활용하고, 또 그걸 일종의 레거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거든요.”
 
-파리 엑스포는 에펠탑을 남겼고, 시애틀 엑스포는 스페이스 니들을 남겼는데 부산 엑스포를 상징하는 건축물 건립 계획은.

“각 엑스포마다 각 나라가 일종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만들게 됩니다. 영구 보존할 건물을 당연히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유엔 해비타트가 전 세계 기후변화 난민을 위해서 제시한 플로팅 아일랜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지로서 부산을 선택한 데 착안했습니다. 부산은 플로팅 아일랜드를 바로 그 엑스포가 열리는 북항에 건축할 계획입니다.”

-지금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둘로 쪼개져 있는데, 2030 부산 엑스포가 세계를 단합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까요.

“엑스포의 목표도 인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지금 부산 엑스포도 결국 그런 국제사회의 신냉전적인 갈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셔야 하는데 혹시 현재 진영에 따라 반반으로 쪼개진 한국 사회가 2030 부산 엑스포를 계기로 내부 분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 실사단도 놀란 것은, 실사단은 한국 정치가 내부에서 많이 다툰다고 얘기를 듣고 왔는데 2월 국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엑스포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국회로 실사단을 초청해서 결의안을 전달했거든요. 실사단은 그 점이 신기했나 봐요. 국내 정치적으로 늘상 다툼이 많다고 얘기를 듣고 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여야 의견이 일치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게 대한민국의 저력’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특정한 계기가 주어지면 정치적 이념이나 논리에 관계없이 힘을 합치는 것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부산시장으로서 행정을 하시는 동안 부산이라는 도시가 상하이나 홍콩, 뉴욕 같은 도시와 비교해서 어떤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까.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지도를 제대로 보고 허브를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도 하나의 허브로 만들어서 여기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두바이 같은 국제 자유 관문 도시로 만들었다면 그게 대한민국을 위해서 얼마나 큰 축복이겠나 생각해 봅니다. 부산이 현재 세계 2위 환적항인데, 세계 2위 환적항이라는 건 그만큼 지리적인 위치가 좋다는 것이거든요. 그런 물류가 있는 곳에 원래 금융이 함께 가줘야 하고, 신산업이나 새로운 관광·문화 콘텐츠들이 축적돼야 사람과 돈, 기업이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쪽으로 이제 도시 발전 방향을 잡고 지금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덕도 공항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가덕도 공항은 지금 정부 차원에서 이미 결정을 내려서 지금 부산시는 가덕도 공항을 신속히 건설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정적인 인허가 절차를 앞장서서 빨리빨리 진행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토목 기술이 워낙 발전해 있어서 턴키 방식으로 발주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도 이제 GTX 체계로 바뀌고 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울·경과 대구·경북, 그리고 호남 쪽도 남부권으로 묶어 남부권을 위한 광역 교통망을 조밀하게 신속하게 구축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선 가덕도 공항에서 수소 전동차로 엑스포가 열리는 북항까지 15분 만에 도달하고, 기장까지는 25분 만에 도달하는 BuTX를 건설하면 거기서부터 대구까지는 KTX 노선을 조금만 연결하면 40분 거리이고, 울산이나 순천, 여수까지도 1시간 내로 연결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경제 전체가 역동적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게 될 것입니다.”
정리=박승준 논설주간·박연진 부산경남취재본부장·손충남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8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진 = 아주경제신문 부산경남취재본부]


 
 
부산 앞바다에 세계 첫 해상도시 …에펠탑처럼 부산엑스포 랜드마크로 
 

2030년 엑스포를 준비하는 부산은 지난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인간정주계획) 원탁회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해상도시’ 추진을 공표했다. 부산시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인 북항 앞바다에 유엔 해비타트와 함께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두를 위한 도시’ 플로팅 아일랜드, 즉 ‘오셔닉스 부산’을 2030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셔닉스 부산’은 바다 위에 초대형 해상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토목 인프라와 ICT 기반 스마트 운용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해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 가능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거주, 연구, 숙박 등 목적으로 설계한 각 플랫폼에는 3만∼4만㎡ 규모 복합 프로그램이 배치되며, 1만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는 세계 첫 해상 부유형(floating) 도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부산은 풍력·수력 터빈, 태양광 패널 같은 재생 애너지 자원을 활용해 해상도시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생산하고 물을 포함한 자원을 자급자족하게 된다. 또한 해수면 수위가 낮아질 때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유동성도 갖추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각각 기본계획 용역과 추진전략수립 용역을 시작했다. 총 사업비 6억 달러(약 7200억원)가 투입되는 ‘오셔닉스 부산’ 구축 사업은 2024년 실시협약과 인허가 관련 절차를 완료하고 2025년 기본·실시설계를 시작해 2030 세계박람회 전인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연진 부산경남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