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 이정근 녹취록에 노트까지 공개…오늘 더 주목되는 '송영길 입'

2023-04-22 05:22
'이정근 노트' A4용지 1장씩 5장 분량...현역 의원 14명 등 51명 실명 기재
이정근, 지난해 9월 구속 전 구술로 남겨…'이재명 7인회', '문재인' 등 정리
野, 송영길 조기 귀국 재차 종용..."조사를 제대로 할 사람 본인뿐"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송영길 전 대표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검찰은 3만여개에 이르는 이 전 총장의 '녹취파일'에 이어 '이정근 노트'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입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사무부총장은 지난 2016년부터 7년여간 휴대폰의 자동녹음 기능을 활용해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녹취파일을 '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사무부총장은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 박우식씨로부터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어 4월 12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은 녹취파일 외에 돈 전달 과정 등이 자세히 담겨있는 이른바 '이정근 노트'를 확보했다. 검찰은 "수사팀(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이 이정근 노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사무부총장의 변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 전 사무부총장이 뭔가를 적어놓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이정근 노트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檢,'이정근 노트' 확보...친노·친문·친명 자금줄 총망라
'시사저널'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문건에는 △친노계 △친문계 △친명계의 자금줄이 정리돼 있다. 각 계파 핵심 인물들의 관계도와 중요 인물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달았다. '노무현', '문재인', '재수회(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 '류영진(문재인 정부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재명 7인회' 등의 제목으로 각각 A4용지 1장 분량으로 작성됐다.

또한 문건에는 51명의 실명이 등장한다. 이 중 현역 국회의원은 14명이다. 친문계와 관련된 노트는 △문재인 △재수회 △류영진 등 모두 3장이다. 먼저 '문재인' 노트를 보면 친문계 주요 인물들이 적혀있다.

관계도의 한가운데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적시돼 있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성북구청장, 청와대 비서실 시절 (박우식과) 지속적 금전지원 관계"라면서 "(김 의원이) 최고의원 회의(에서) 인맥동원하여 주로 박우식 등의 요구를 해결”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류영진' 노트에서도 "김영배 국회의원-김영배가 성북구청장 및 청와대 근무시절, 박우식이 꾸준히 용돈을 줌"이라고 표시돼 있다.

김 의원은 친노·친문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정무기획비서관실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행사기획비서관을 역임했다. 2010년에는 성북구청장에 당선됐고 재선까지 성공하기도 했다.

'재수회' 노트에서는 재수회를 "한 달에 한 번씩 모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문재인이 직접 참석함", "보안상의 이유로 2016년 문재인 대통령 선거를 기회로 자진해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밀유지를 위해 하부조직 회원들 간 서로 얼굴을 모르게 함", "회비 및 자금조달은 몇몇 멤버들만 알게 하고 비밀에 부침"이라는 내용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류영진' 노트의 관계도에서 류 전 식약처장은 재수회 등을 아우르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재수회 멤버 중 일부를 "류영진 집에서 모이고, 잠자는 멤버들", "효자동 갤러리에서 회동"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7인회' 노트 역시 주목되는 실정이다. 특히 "박우식이 이정근에게 100억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30장을 보여주며 '너는 이런 것도 못 받고 뭐 했냐'라는 식으로, L의원과 M을 통해 바꿨다며 카톡으로 보여줌"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L의원은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野, 파리 기자회견 '송영길 입' 주목…"당 간판 내릴 각오해야"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속도가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송 전 대표의 오는 22일(현지시간) 입장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 이어 이날도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재차 종용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 당시 후보(송 전 대표)와 그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의 문제이므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송영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려 귀국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예고대로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면 곧바로 귀국하는 쪽으로 태도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송 전 대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대응에 불만 기류도 있다. 당 도덕성에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지도부가 신속하게 더욱 강력한 조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민주당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며 "엉터리로 대응하면 당이 간판을 내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정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