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잔인한 4월, 꽃다운 청년들이 또 떠났다

2023-04-20 08:00

[사진=케티이미지]

잔인한 4월이다. 이른바 인천 ‘건축왕’에게 피해를 입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월 첫 희생자가 나온 데 이어 이달에만 2명이나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해당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여야 모두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인천시는 19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긴급주거지원 주택에 입주하는 피해자에게는 이사비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꽃다운 청년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난 후에야 ‘뒷북 대책’이 나오고 있는 꽤 익숙한 장면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자살 문제는 지속해서 화두였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진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은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자살자 수는 1만3352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인구 10만명당 26명꼴이며 OECD 표준인구로 보정하면 23.6명에 이른다.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11.1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청소년과 청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20대의 자살사망자 수는 운수사고 사망자의 5배를 넘는다.

이번 정부 역시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과 함께 이들을 위한 치료비 등 예산을 편성했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20~70대 대상의 정신 건강검진을 신체 건강검진처럼 2년마다 받게 하고 검사 대상 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전국에는 생명 존중 안심마을을 조성하고, 주민 봉사대를 구성해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에 연계시킨다는 취지의 지역 자율적인 자살 예방사업을 시행한다. 17개 광역 자살예방센터에 심리부검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자살 예방 상담(1393)은 청년층이 익숙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담 도입으로 창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26명인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를 2027년 18.2명으로 30%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이번에는 씻어낼 수 있을까. 다만 역대 정권마다 자살률 감소를 위해 대책 마련과 함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으나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진 못했다. 

정부는 지난 4차 기본계획에서도 자살률을 2017년 24.3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이 기간 중 자살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복지부는 5차 목표 달성에 대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에도 큰 기대감은 없는 분위기다. 대책이 기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여전히 ‘자살률 수치’ 목표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결국 무엇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하는지 좀 더 촘촘하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그간 정부에 경매·공매 중지 등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해왔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가 24시간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전화 연결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고위험자의 위기 신호를 놓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인력 충원은 더딘 상황이다. 

한 번이라도 더 주위를 살펴보자. 이 세상을 떠나지 말고 함께 힘을 내 견디자고 서로에게 말해보자. 그리고 정부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이들의 희망에 힘을 실어줘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해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복지부는 물론 전 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