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불안한 시장엔 '리스크 분산'···기본 원칙을 지켜야 할 때

2023-04-18 00:05

[최재경 신한 PWM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의 빠른 대처로 다행히 안정되는 듯했으나, 유럽의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의 파산위험과 피인수, 그리고 도이치뱅크의 위기론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시장상황을 판단하고 투자 방향을 잡아보기 위해서는 일단 SVB사태 이후 여러 지표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10년물과 2년물을 기준으로 3.9%, 5%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금리는 각각 3.3%, 3.7% 수준까지 급락(채권가격 급등)했으며, 온스당 1800달러 초반대에 거래되던 금 가격도 단기간 내 2000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3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한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이상 금리를 상당폭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초반 약세를 보였던 주식시장이 곧 반등하는 데 성공해서 현재까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는 나스닥의 반등폭이 더욱 컸다는 것이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인상 종료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는 대형 빅테크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이유이다.

이처럼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로 그 중심이 이동된 모습이다. 뒤이어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이런 시장의 변화를 뒷받침했다.

'SVB→CS→도이치뱅크'로 이어진 은행권 리스크는 사람들로 하여금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악몽을 소환한다. 그럼, 금융권 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고 사람들이 우려하는 수준까지 과연 확장될 것인가?

현재의 은행권 리스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원인이 다르고, 이후 강화된 규제로 금융권 체력이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의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SVB처럼 지방 중소형 은행들의 위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간 자산시장을 짓눌러 왔던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 시장은 다시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SVB사태는 결국 가파른 금리 상승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금리급등의 후폭풍은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현재의 은행 불안이 잘 봉합된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의 대출 태도는 강화될 수 있고,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해 투자 및 고용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경기위축 또는 침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초반에는 위험자산의 하락을 동반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 투자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빨리 안 잡힐 경우, 금리인하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채권 가격 상승을 노리고 장기채 투자를 한 경우 원하는 수익률을 얻지 못하고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높은 금리만 보고 회사채, 금융채 등에 투자한 경우 경기 악화에 따른 신용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들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전망이라는 것 자체가 무효할 정도로 각종 전망은 계속해서 어긋나고 있다.

당분간 현금 및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되 위험자산 투자는 하반기 정도로 미루거나, 적립식 분할투자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뻔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클 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자산배분과 분할매수이다. 누구나 잘 아는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