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그야말로 센세이션한 등장이었다.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신선한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타난 이 소년은 말간 얼굴과 뛰어난 실력으로 뭇 여성의 마음을 홀렸고 그들의 마음속에 '저장'되었다. 순식간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위권으로 뛰어올랐고 시대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워너원의 해체 후에는 솔로 가수로서 제 영역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저장'을 외치던 말간 소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소년의 얼굴 뒤 낯선 이면을 드러냈고 점차 변화해나갔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나아가는 모습에서 그의 성장을 읽어낼 수 있었다.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의 이야기다.

박지훈은 2017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프로젝트 그룹인 워너원으로 데뷔했다. 서브 보컬과 리드 댄서를 맡고 있는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답게 출중한 노래·춤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보컬과 랩 모두 가능해 워너원의 '트와일라이트' '갖고싶어' 그뿐만 아니라 솔로 음반인 '디 앤써' '블랭크 오어 블랙' 등에서도 안정적인 랩 실력을 보여주었다. 안정적으로 보컬과 랩을 소화할 수 있는 건 그의 부드러운 중저음 덕이 크다. 팬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솔로 활동을 통해 더욱더 풍성해지는 보컬을 실감할 수 있다.
  솔로 데뷔 음반인 '어클락(O'CLOCK)'은 박지훈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청량한 이미지가 강조되었던 그룹 활동과 달리 솔로 가수 박지훈의 새로운 기준점을 세워야 했던 음반이었다. 그는 '사랑'을 테마로 순수함과 환희, 열정 등의 감정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고 또 한 번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후 박지훈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거듭하며 '솔로 가수'로서 제 영역을 다져나갔다. 그룹 워너원의 박지훈이 아닌 솔로 가수 박지훈으로서의 길을 찾아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음악적 성장에 관해서도 욕심을 가졌다. '360' '더 더블유(The W)' '메시지' '더 콜렉션' 등 다양한 장르와 이미지 변신은 그의 도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농담(濃淡)을 통해 색채를 표현하던 그는 박지훈의 다섯 번째 미니음반 '핫 앤 콜드(HOT&COLD)', 여섯 번째 미니 음반 '디 앤써(THE ANSWER)'를 통해 부쩍 성숙해진 모습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무드의 음악들과 완성도 높은 음악적 표현들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소년'이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12일 발매한 새 음반 '블랭크 오얼 블랙(Blank or Black)'은 그가 표현한 '성숙'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복잡한 미로,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처럼 우연한 호기심에 한번 발을 들이면 단숨에 헤어 나오기 어려운 박지훈의 깊은 매력을 담아낸 이번 음반을 통해 치명적이고 위태로운 감정선을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타이틀곡인 '블랭크 이펙트(Blank Effect, 무표정)'은 콘셉추얼하면서도 과감한 가사 표현들이 돋보이며 한층 더 짙고 시니컬해진 보컬과 랩이 귀를 사로잡는다.

박지훈의 성장과 성숙한 모습에 글로벌 팬들도 응답했다. 이번 신보는 발매와 동시에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 차트에서 태국 1위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2위, 필리핀 3위, 홍콩 4위 등을 차지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해서였을까? 그의 음악적 성장은 꽤나 드라마틱했다. 그의 음악과 연기 활동을 따로 보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일찍이 아역 배우로 데뷔해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그는 2019년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시작으로 카카오TV '연애혁명'(2020)과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을 통해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배우로서의 영역도 다져나갔다.

배우 박지훈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단연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안수호'(최현욱 분), '오범석'(홍경 분)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영웅'을 통해 박지훈은 깊은 감정선과 섬세한 표현력을 자랑하며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약한영웅'은 공개 직후 단숨에 웨이브 2022년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고 해외에서도 아이치이(iQIYI) 미국과 대만을 비롯해 미주 '코코와(KOCOWA)'를 통해 공개된 '비키(ViKi)' 채널에서도 평점 9.9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약한 영웅' 이후 업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는 박지훈은 올해 KBS2 드라마 '환상연가'와 스크린 데뷔작 '오드리'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박지훈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통했다. 소년의 이미지를 벗은 그가 조금 더 자유로워 보여서다. 그는 음악적, 연기적으로도 시도할 게 많아졌고 보여줄 것도 많아졌다. 박지훈의 다음 음반 그리고 다음 작품에 자꾸만 호기심이 생긴다. 소년 아닌 남자의 태가 나기 시작한 그의 내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