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돋보기] 배우 임시완의 청춘 기록

2023-03-05 16:38

배우 임시완[사진=넷플릭스]


배우 임시완은 그 시대, 청춘의 삶을 대변해왔다. 영화 '변호인'의 박진우를 시작으로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영화 '원라인' 이민재,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윤종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안대범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 시대, 상황은 달랐어도 그는 언제나 청춘이 겪는 문제와 아픔 속에 놓인 인물들에게 곁을 내주었다.

시대의 현상, 사회 문제에 관심 가지고 고민하며 접근하는 임시완의 연기 방식을 떠올린다면 절로 수긍이 가는 필모그래피다. 시대를, 사회적 문제를, 청춘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임시완이 떠들썩하게 데뷔, 주연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을 거라 짐작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아이돌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작은 역할들부터 차근차근 분량을 늘렸고 외모 아닌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연기' 활동에 큰 꿈이 없었다. 그러나 "할 땐 제대로 해내야 한다"라는 성격상 단역이든 조연이든 어느 수준 이상은 표현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MBC '해를 품은 달'로 시청자와 만나게 됐다. 방송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 관심이었다.

임시완은 전보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차기작인 KBS '적도의 남자'에 임했다. 극 중 '이장일'(이준혁 분)의 아역을 연기했다. 출세를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 소시오패스적인 캐릭터다.

임시완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적도의 남자' 출연 제안을 받고 '못하겠다'라고 거절했었다. '해를 품은 달' 직후의 작품이었는데, (전작이) 이미지적인 걸로 부족한 부분을 숨기고 포장할 수 있었다면 '적도의 남자'는 그럴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악역이었기 때문에 연기력으로 보여줘야 할 게 많았다.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시청자들에게 "욕먹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통했다. 임시완은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를 거쳐 점점 더 다양한 장르, 캐릭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아주 일상적인 인물부터, 지질한 모습, 안하무인 재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다졌다.

영화 '변호인'에서 '진우'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사진=NEW]


대중에게 '배우 임시완'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건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을 통해서였다. 1980년 부산에서 활동했던 인권 변호사의 일대기이자,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은 그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들에게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극 중 임시완은 용공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는 대학생 '진우'를 연기했다. 평범한 대학생이 모진 고문으로 피폐해지는 과정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 출신 배우'에 선입견이 있었던 터라 임시완의 연기력과 열정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입을 모아 임시완의 열정적인 태도와 연기력을 칭찬할 정도. 

고 김영애는 "옆에서 지켜보니 (임시완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인재다. 그의 연기를 보며 '저렇게 하니 저 자리까지 갔구나' 생각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송강호는 역시 "(임시완은) 정말 놀라운 연기를 펼쳤다. 앞으로의 행보다 더욱 기대된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다음 해 tvN 드라마 '미생'으로 흥행 연타석을 날렸다. 1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8%로 시작해 마지막 회 시청률 10.3%로 막을 내리며 '미생' '장그래' 신드롬을 일으켰다. 임시완은 두 작품으로 그 시대의 청춘, 아픔을 대변하며 '청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후로도 임시완은 꾸준히 청춘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했다. 영화 '원라인'에서는 학자금 대출로 전전긍긍하는 대학생 '민재'를,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인턴 생활을 위해 비좁은 서울 고시원에 살게 된 '종우'를 연기했다.

배우 임시완[사진=넷플릭스]


시대와 청춘에 관한 관심은 계속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도 마찬가지. 장르물과 악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작품과 캐릭터의 기저에는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는 개인정보유출, 사이버 범죄 등을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시대가 겪는 문제점들을 짚어내는 태도는 여전했다. 

데뷔 13년째에도 임시완이 고민하고, 말하는 청춘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시대를 사는 청춘들에게 열렬한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는 배우 임시완. 그가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작품에 녹여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