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주당 전대 돈봉투' 제공자 특정...野 '이정근發 사법리스크' 확대

2023-04-14 13:26

[사진=연합뉴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불법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야권의 추가적인 ‘사법 리스크’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이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검찰이 노웅래·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대에서의 금품 살포 의혹 등으로도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금품 수수자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관련 사법 처리 대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을 포함,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살포했다고 관련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금품 살포에 관여한 것으로 적시된 인물은 윤 의원과 같은 당 이성만 의원,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 전 부총장(구속기소),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등이다.
 
검찰은 앞서 12일 윤 의원(인천 남동을)의 사무실과 자택,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강 회장의 자택, 민주당 관계자의 관련 장소 등 2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할 것을 지시·권유하거나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당대회에 앞서 윤 의원 측이 강 회장 측으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기서 강 회장 측의 자금을 윤 의원 측에 전달한 ‘통로’로 등장하는 인물이 이 전 부총장이다. 이 전 부총장은 이미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가량의 자금을 받았다는 별도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비위 등을 포착하고 수사 범위를 확대해오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금품 살포 의혹 역시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수년치 통화 녹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사업가 박씨가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게 60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건넨 사실도 이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 검찰은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 후 그를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총장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 후, CJ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상근 고문으로 취업 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학영 의원이 한국복합물류에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檢, 조만간 금품 수수자도 수사...야당 의원 최대 20명 연루 가능성도
관련 압수수색에서 살포 금품의 액수와 제공자를 특정한 검찰은, 많게는 20명까지 점쳐지는 금품 수수자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살포된 9400만원의 자금이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제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살포 자금 중 가장 많은 6000만원은 윤 의원을 통해 다른 의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윤 의원이 2021년 4월 24일 강 회장(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권유한 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지인 등을 동원해 3000만원을 마련하고 그해 4월 27일께 300만원씩 10개 봉투에 담아 박 보좌관, 이 전 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봤다. 윤 의원이 이튿날 해당 돈 봉투를 같은 당 의원 10명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에게 추가로 나눠줄 현금을 요청해, 300만원씩 든 돈 봉투 10개를 받아 다시 의원들에게 살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돈 봉투가 중복으로 제공되지 않았다면, 최대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다만 자금을 수수한 국회의원을 특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남은 1400만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포섭하기 위해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21년 4월 말 강 회장이 2000만원을 50만원씩 나눠 지역 상황실장 20명에게 두 차례 전달했다고 봤다.
 
검찰은 자금 전달자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조만간 금품 수수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관여된 의원들 다수가 사법 처리되거나, 송 전 대표로도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행 정당법은 경선 중에 금품 등을 제공받은 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수자 등에 대한 금품이나 향응 제공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처벌 가능한 인원이 대폭 늘어날 수 있어 당 차원에서도 관련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