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머리가 나쁜거 아니냐"...직장인 30% '직장내 괴롭힘' 경험

2023-04-09 15:02
'신고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답변도 대다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너는 머리가 나쁘냐?' 등 발언을 합니다.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상당수 직장인들이 여전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9일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인 2019년 6월(44.5%)에 비해 14.4%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법 시행 전 38.2%에서 10.3%포인트 증가한 48.5%였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34.8%는 병원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 59.1%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을 한다'고 답했다. 회사를 그만둔 피해자는 32.2%나 됐다. 가해자 측에 항의하는 경우는 28.2%였고, 사측이나 노조에 신고는 4.3%, 고용부 등 관계기관에 신고는 4.0%에 불과했다.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도 신고하지 않은 건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대부분(71.0%)이었다. 또 '향후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답변도 17.0%에 달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직장인 33.3%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고, 사측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했다고 답한 비율은 36.1%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피해가 반복된 사업장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 조사·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벌을 한 경우 무관용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