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잠재력 0% 추락 위기]③ 1인당 국민소득 6년째 답보…尹정부 4만弗 공약 '의구심'

2023-04-10 01:00
2022년 1인당 GNI -7.7%...13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
정부 자신감...한은 "향후 2% 내외면 4만弗 가능해"
전문가들 "4만 달러 달성 판단 이르다"VS "충분해"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년째 3만 달러 구간에 갇혀 있다. 올해도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소득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기간 내에 4만 달러 달성을 공언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년 만에 다시 내리막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 잠정치는 3만2661달러로 2021년(3만5373달러)보다 7.7% 줄었다. 이는 2009년(-10.4%)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지속된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게 직격탄이었다. 교역 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 손실이 커진 점도 국민총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인당 GNI는 20년 만에 대만에도 역전을 허용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대로 올라선 뒤 2018년 3만3000달러 이상으로 늘었다가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파로 하락 반전해 3만 달러 초반에 머물렀다.

이후 2021년(3만5373달러) 팬데믹이 진정되며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환율도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1년 만에 다시 내리막 구간으로 진입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6년째 4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임기 말(2027년)까지 4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경제부장은 "향후 성장률이 2% 수준, 물가 상승률 2% 안팎에 환율도 과거 10년 평균인 달러당 1145원 정도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시기상조" vs "달성 가능" 전문가 전망 엇갈려 

다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다.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있지만 수출 감소 폭이 워낙 커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업황 사이클이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국책 연구기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에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 여부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 의견도 엇갈린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뿐더러 명목 임금 상승률과 소득수준도 정체돼 현시점에서 4만 달러 달성 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환율, 성장률 삼박자가 안정돼야 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데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언급한 2027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주 실장은 "그간 우리나라 1인당 GNI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1000~2000달러씩 증가했다"며 "2027년보다는 1~2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1인당 GNI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 12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는 11년 걸린 만큼 4만 달러 달성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긍정론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GDP와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GNI 4만 달러 목표를 달성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NI 상승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주거·여가·복지 등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 정부가 공약한 2027년까지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