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세대교체 MZ노조] "정치적 구호 대신 공정 외친다"

2023-04-12 10:24

지난 2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드티·카디건·흰색 운동화. 투쟁 조끼도, 빨간 머리띠도 없었다. 지난 2월 21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 공식 출범식에 참가한 노동조합 임원들 모습은 기존 노조와 차별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새로고침은 1980년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일컫는 'MZ세대'를 대표하는 노조로 꼽힌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같은 기성 노조와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탈정치화·30대 위원장···젊어진 노조
구성부터가 그렇다. 새로고침은 △한국가스공사 더코가스노조(창립 연도 2019년) △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노조(2020년)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2021년)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2021년)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2021년)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2021년)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 사무직노조(2022년) △LS일렉트릭 사무직노조(2022년) 등 각 기업 신생 노조 8곳으로 출범했다. 이후 합류한 △광주 광산구시설관리공단 통합노조(2021년)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2022년) 역시 최근 1~2년 사이 만들어진 노조다.

조합원도 젊다. 많은 조합원이 MZ세대다. 출범 때부터 동참한 노조 위원장 8명 중 6명이 30대다. 새로고침 의장인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위원장(1991년생)과 부의장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1992년생)도 마찬가지다. 기존 노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사무직이나 연구직 조합원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정치투쟁 지양'을 내세운 점 역시 다르다. 이들은 발대식에서 "노조 본질에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새로고침이 강조하는 노조 본질은 노동자 권익 향상이다. 그러면서 자율·공정·상식·새로움을 핵심 가치로 내놨다.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가운데)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개혁' 尹 정부 파트너로 급부상                                     
탈정치를 내세운 MZ노조는 빠르게 세를 키우고 있다. 이달 10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위한 근로자 대표 선거에서 올바른노조 후보가 55.19%(1899표)를 득표해 양대 노총 단일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노동자 대표 선거에서 MZ노조 후보가 기성 노조 후보자를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이 선거도 2021년 올바른노조가 출범하면서 민주노총 과반 점유율이 깨졌기 때문에 이뤄졌다.

교섭권도 속속 확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는 지난해 9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교섭권을 인정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는 출범 6개월여 만인 작년 말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제2 노조로 밀어내며 교섭권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개혁' 주요 파트너로 삼으며 이들 영향력은 한층 강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달 2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들과 새로고침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해당 개편안을 논의한 치맥회동 땐 새로고침 측 참석자들과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다만 양대 노총에 크게 못 미치는 조합원 수는 한계로 지적된다. 2021년 기준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123만명, 민주노총은 121만명이다. 6000명으로 시작한 새로고침은 현재 8000명 내외다. 

MZ노조라는 호칭도 세력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정 틀에 갇힐 수 있어서다. 송시영 새로고침 부의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MZ노조가 아닌 '올바른노조'나 '새로고침' 등 노조 이름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출범식에서 "연령 분포에서 특별히 MZ가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며 "MZ라고 할 때 생각나는 공정·합리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