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월세도 힘든데 관리비 꼼수까지"…오피스텔 깜깜이 관리비에 '부글부글'

2023-04-06 18:00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 송파구 전용 20㎡ 오피스텔에 사는 A씨는 최근 관리사무소로부터 기본관리비가 7만원에서 9만원으로 인상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안 그래도 인근 비슷한 면적의 오피스텔보다 관리비가 더 비쌌는데, 갑자기 인상 통보를 받아 황당하다"면서 "10평 남짓한 원룸이 한 달에 관리비로만 20만원이 넘게 나가 '제2의 월세'"라고 토로했다.

#. 부모님을 떠나 첫 독립에 성공한 B씨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B씨가 이사한 경기도 성남시의 250가구 규모 오피스텔은 일반관리비(전용 52㎡ 기준)만 9만6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B씨는 "관리비 총 20만원 중 개인적으로 쓴 건 전기료와 수도비를 합쳐 2만원이 전부"라며 "아파트에 비해 분리수거와 건물 관리가 형편없는데도 관리비는 아파트보다 비싸다"라고 말했다.
 
오피스텔‧빌라 등 집합건물의 월세 부담이 높아진 데 이어 최근에는 관리비까지 크게 오르며 세입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를 올리는 대신 공동관리규약을 통해 손쉽게 정할 수 있는 관리비를 인상하는 '꼼수'를 부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는 일반관리비가 월세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제2의 월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세입자 중 건물 관리단의 일방적인 관리비 인상 통보를 받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A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은 지난달 말 일반관리비가 2만원가량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곳 입주민은 "관리비가 너무 올라서 관리소를 찾아가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관리비 인상이 통보되는 경우도 있다. 은평구 B 오피스텔 입주민은 "인근에 규모, 준공연도가 비슷한 단지보다 기본관리비는 60% 이상, 건물 청소비가 2배 가까이 비싼 점이 이상해 관리실에 문의했더니 인건비와 용역비, 물가가 올랐다는 등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례가 급증한 건 임대인들이 임대료보다 관리비를 올리기가 손쉽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가 오르고,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월세는 함부로 올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 증액은 연 5% 이내로 제한되고, 전월세신고제로 보증금 6000만원‧월세 30만원 이상 임대차 거래는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임대료 대신 공동관리규약을 통해 정할 수 있는 관리비를 대신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깜깜이 관리비 부과실태와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단독·다가구·빌라 등 비아파트 부문에서 관리비 제도 공백이 발생하는 주택은 전체 가구의 20.5% 수준인 약 439만6000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시 집합건물상담실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에 오피스텔 등의 관리비를 산정하는 방식과 이를 공지하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 집합건물상담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집합건물 관리비는 건물 관리단이 공동관리규약을 통해 정하기 나름"이라며 "집합건물법의 기본은 '법령에 없는 내용은 (관리단이) 규약으로 만들어서 관리하게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비아파트인 오피스텔의 경우 '사적자치의 원칙'이 크게 적용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보다 관리 체계가 부실하고, 관리사무소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특히 비아파트 점유자들은 저소득층이거나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많아 교섭력이 낮고 관리가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아파트에 대한 관리 전문화, 관리비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며 국토부 아파트 관리비 조회시스템처럼 공공에 공개하는 창구 등이 보완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오피스텔 깜깜이 관리비 문제에 대한 지적이 늘자 국회도 지난 2월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자체에 오피스텔 감독권을 주고 세입자도 관리비 회계내역을 보고받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 '일반 관리비' 산정 방식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관리단이 인건비‧물가 상승 등을 핑계로 일방적으로 금액을 인상하면 임차인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