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세대교체 MZ노조] 윤 정부 깜짝스타?...지속가능 과제는

2023-04-12 10:2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시장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3대 개혁 과제 중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Z(밀레니얼+Z세대) 노조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나오는 말이다.

그간 양대 노총으로 대표되던 노동계 목소리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수정한다며 대대적으로 MZ노조 의견 수렴에 나섰다. 
 
기성 노조와 '勞勞 갈등' 가시화
노동계 새 목소리 등장에 기존 노조와 새 노조 간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서울교통공사 민주노총 노조는 지난 2월 "(올바른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가 탈정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노조 태생과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몰역사적 주장"이라며 "공공기관 노조가 공공부문 정책과 무관하게 직원 임금·복지만 챙겨야 하는 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올바른노조는 이에 "기존 노조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또 "이 같은 주장을 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새로고침 출범일이었다"며 "(올바른노조를) 흠집 내려고 하는 행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로고침은 사업장별로 생긴 'MZ노조' 연합이다. 이들은 각 사업장 안에서 소수 노조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로고침 부의장인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기존 노조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올바른 노조의 역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견제 속에서도 MZ노조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8일 2024년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 첫 전원회의를 연다. 최임위 위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12조에 따라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조에서 추천하고,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다. 최임위는 지난 5일 근로자 위원 3명과 사용자 위원 2명 등 총 5명을 새로 위촉했다. 

이런 가운데 새로고침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도 새로고침이 '총연합회'로 인정된다면 최저임금위원 추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올해 최임위에서 교체될 근로자위원이 없어 새로고침이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더라도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이해 반영해야···정치성 발현 불가피"  
전문가들은 MZ노조 세력은 점점 커지겠지만 지속 가능성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MZ노조는 상대적 개념으로, 5~10년 지나면 이들도 기성세대가 된다"며 "현재 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업계 중심으로 활성화돼 기존 대기업에 있는 젊은 세대에 상당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MZ노조가 노조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이상 조합원들 이해관계를 반영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큰 목적은 회사를 상대로 조합원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기업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 노조가) 기존 노조와 차별되게 '지나치게 사회 이슈에 대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겠지만 각 조합원 이해관계라는 게 정치적 이해"라면서 "'정치성 발현'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계에 '제3지대'를 만들겠다며 '국민노총'이 등장했다"고 짚으며 "(국민노총이) 대부분 몇 년 지나고 기존 노조로 흡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기존 노조에 있는 젊은 층이 MZ노조에 합류할 수 있다면 국민노총과는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며 "노동계에 새로운 주류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