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한동훈 "정순신 사태, 국민께 사과"...한덕수 총리 '독도 실언' 촌극

2023-04-05 19:11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꼿꼿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해 '부실 인사검증'에 대해 재차 사과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흘째 이어진 대정부질문이 피로한 듯 "(독도는 한국 영토가) 절대 아니다"고 실언했다가 정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여야는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순신 사태, 한·일 정상회담 결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도마에 올렸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순신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 분노가 굉장히 야기됐다"며 "한 장관은 사과했냐"고 선공했다. 이에 한 장관은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이미 드렸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법무부 산하에는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설치됐다.
 
다만 한 장관은 "지금 같은 시스템이라면 다시 반복될 수 있는 구조"라며 "본인이 (학교폭력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경찰 세평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했다.
 
부실 검증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묻는 질의에는 "인사검증이란 게 본인 동의와 말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며 "인사 검증 강도를 무한대로 높이게 되면 사찰이나 정치적인 정보 축적, 개인정보 보호법상 문제 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강도를 낮추면 빠져나가는 문제가 생기므로 그 중간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 장관은 "법원 행정처에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진행 중이고 사전 질문지에서 볼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질타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피로감이 커진 한 총리는 실언해 본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이 "독도가 한국 영토가 맞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한 총리가 "절대로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독도가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일본 측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해석하고 이런 발언을 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독도는 한국 영토가 아니다'는 답을 한 셈이 됐다.
 
이에 맹 의원이 "예?"라고 반문했고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카메라 셔터 세례가 터졌다. 한 총리는 본인 발언에 동요하는 분위기를 감지한 뒤 "죄송하다. 일본 땅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라고 정정했다.
 
최근 민주당은 독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날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와 관련해 '가짜뉴스다. 독도를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 것을 두고 "정부는 가짜뉴스 운운 말고 독도에 관해 무슨 말을 나눈 것인지 밝히라"고 추궁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수산물 수입 우려도 화두에 올랐다. 전날 한 총리가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돌덩이를 치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맹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교과서 왜곡이 한·일 관계 미래를 막는 큰 돌덩어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당연히 우리 땅이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도 없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처리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문제는 정부의 대일 외교와는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강력하게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했고 시정이 이루어지도록 계속 강력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압박 속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증대 방안을 묻는 말에도 한 총리는 뻔한 답만 했다. 서정숙 의원 질의에 "기술력 강화를 위해 세제 지원, 산업 용지 공급 등 기업의 투자를 통한 기술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관련 나라들과 충실하게 협의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의 무성의한 답변에 여당 의원도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관련 질의에서 "총리의 대답을 들으면 답답하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답변 과정에서 딴 생각을 하는 듯 침묵하며 정적이 흐르자 한 총리를 질타하기도 했다. 
 

대정부질문 참관하는 방송인 김종국·딘딘·이이경·양세형.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가수 김종국과 딘딘, 배우 이이경, 개그맨 양세형이 등장해 참관했다. 오는 6월 방영될 SBS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 외 출입금지’ 촬영차 방문한 것이다.

국회 출입증을 목에 걸고 금배지를 단 모습으로 국회 본회의장과 의원회관, 소통관 등 곳곳를 누벼 국회의원들과 취재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무작위로 의원들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착용한 금배지와 출입증은 촬영용 소품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방송 촬영을 위해 사무처 측에서 (국회 출입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