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리바운드'…진정성이라는 무기

2023-04-05 00:00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장항준 감독은 대중에게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돌봄 받는 애완견이라는 의미의 '밈'이다. 중년 남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제법 깜찍한 소개인데도 대중들은 '찰떡같은 비유'라고 환호한다.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장 감독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확하기도 하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장항준 감독이지만 자신의 별명과 달리 장르성이 짙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 '드라마의 제왕' 영화 '기억의 밤' 등이 장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해왔다.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리바운드'는 어쩌면 대중이 생각하는 '장항준 감독'과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합지졸 농구부 코치와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농구를 즐기기 위해 젊음을 내던지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 '리바운드' 4월 5일 극장 개봉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한때 '농구 명문'으로 불리던 부산 중앙고. 그러나 연이은 실패와 부진한 성적으로 농구부는 교내 골칫덩이가 되고 만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 분)은 우연한 계기로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되고 선수로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을 압박한다. 팀워크가 무너진 상황에서 전국대회에 진출하고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와 만나 고전한다. 몰수패라는 치욕적인 결과까지 얻게 된 중앙고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한다.

'양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본질로 돌아가려고 한다. 슛이 빗나갔을 때 바스켓에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잡는 행위, '리바운드'처럼 양현은 아이들과 또 다른 기회를 잡고자 한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분),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분),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분),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분),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김민 분), 농구 열정만 가득한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안지호 분)까지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전국 고교농구대회 본선 진출을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청춘들의 성장기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영화 '리바운드'는 지난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 참가한 강영현 코치와 부산 중앙고 학생들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영화 '리바운드' 4월 5일 극장 개봉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장항준 감독은 실제 인물과 캐릭터 간 싱크로율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실제 모델과 신장과 몸무게 등이 비슷해야 했다. 당시 선수진과 체격을 맞추기 위해 체중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했다. 배우들은 선수들의 버릇 등을 익히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실제 인물과 가깝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관객이 모르더라도 실제와 가깝게 만드는 게 작품에 임하는 중요한 태도라는 부연이었다.

영화의 공간 또한 중요했다. "중앙고만큼은 그들이 땀 흘렸던 그대로의 공간으로 만들길" 원했던 장 감독의 뜻에 따라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올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또 이미경 미술감독과 제작진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바뀐 학교 정문을 10여년 전처럼 녹슨 철문으로 교체하고 최근에 생긴 아파트와 아스팔트 바닥은 CG로 지워냈다. 모두 부산중앙고등학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모두의 노력으로 2012년의 부산 중앙고를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의 자료들과 소품들을 모으는데 많은 공력을 들였던 미술팀의 노력으로 '리바운드'는 들여다볼수록 디테일함이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사실감을 높이는 무기가 됐다.

장 감독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실제 인물들의 숨결과 추억이 남아있는 공간 등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집중하게끔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극 중 인물에게 동화되어 더욱더 사실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곤 했다. 말 그대로 진정성은 영화 '리바운드'의 최대 무기였다. 오합지졸이었던 코치와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가고 기적과 같은 성취를 이루는 모습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실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똑똑하게 이용해냈다.

영화 '리바운드' 4월 5일 극장 개봉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실화가 주는 감동을 넘어 스포츠 영화로서의 재미 또한 높은 작품. 농구 코트 위를 함께 뛰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과 몰입감 등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촬영 전부터 합숙을 시작해 농구 실력을 키웠다는 배우들은 두 눈을 사로잡는 플레이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장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에 관해 "불가능하다는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간 소년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미래는 알 수 없으나 그 순간의 열망은 누구보다 뜨거웠다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정 인물 아니라 중앙고 농구부 모두를 조명하며 관객들을 인물들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으로 끌어들인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극 중 인물들을 응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실패가 아니라 또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영화 '리바운드'의 의미는 관객들에게 용기와 희망 그리고 위로를 안겨준다.

장 감독만큼이나 배우들도 영화 '리바운드'에 진심이었다. '강영현' 역의 안재홍은 극의 구심점이 되어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 신예 배우들이 극 중 캐릭터에 완벽하게 일체해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신영, 정진운 등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의 활용도도 높지만 가장 인상 깊은 건 장건주, 김택, 김민, 안지호 등 새 얼굴의 활용법이다. 극장을 나설 때 관객들에게 이름을 아로새길 만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5일 개봉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러닝타임은 1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