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최악의 실적에 1인당 생산성도 '뚝'…오른 건 '연봉'뿐

2023-04-04 16:21

[사진=아주경제 DB]

대형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1인당 생산성 개선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여파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연체율이 크게 치솟고 있는 데다, 향후 부실규모가 어디까지 커질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이 와중에도 대형업체 중 다수는 임직원 보수를 크게 늘려 ‘말뿐인 위기감’이란 지적도 나온다.

4일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 등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연간 경영공시에 따르면, 작년 평균 1인당 생산성(충당금적립전이익 기준)은 6억7400만원으로, 재작년 평균(6억9400만원)보다 3%(2000만원)가 줄었다. 직전연도에 30.7%(1억6300만원)란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기조다. 이 수치가 악화한 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1인당 생산성은 금융사가 벌어들이는 돈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값이다. 수익이 적더라도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더 적으면 높게 나타난다.
 
가장 감소 폭이 컸던 업체는 OK저축은행이다. 2021년 7억4000만원에서 작년 5억8000만원으로 22%(1억6000만원)가 줄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4억1700만원에서 3억8200만원으로 8.4%(3500만원)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은 4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SBI저축은행(14억→15억원)과 한국투자저축은행(5억900만→5억1100만원)만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한 영향이 컸다. 5개 저축은행의 작년 순이익 합계는 6952억원으로, 직전연도(8764억원)보다 21%가 줄었다. 기준금리 상승 이후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고,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로 얻는 수익)도 줄어들었다. 이외 향후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키운 것과 전체 직원 수를 늘린 것도 영향을 줬다. 5개 저축은행의 충당금 총액은 재작년 말 1조9035억원에서 작년 말 2조5765억원으로 26.12%가 확대됐다. 총임직원 수 역시 3223명에서 작년 말 3549명으로 326명이 늘었다.
 
올해는 실적 악화 흐름이 더욱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올 상반기로 몰린 ‘부동산 브릿지론’과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만기 시점이다. 만약 연장할 경우, 저축은행이 감당해야 할 금리 부담도 큰 폭으로 커지게 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만기 연장 시 연평균 10~13% 수준의 금리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봤다. 이 중 브릿지론은 만기가 3회 이상 연장되면,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도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임직원 평균 연봉은 크게 늘려 ‘정작 자체적인 위기의식은 떨어진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저축은행 중 1인당 생산성이 개선된 SBI저축(8500만→77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임직원 보수가 일제히 올랐다. 연봉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곳은 OK저축으로 800만원(5200만→6000만원)이 뛰었다.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업체는 페퍼저축으로 9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8800만원)보다 300만원 늘어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