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강에 흡연부스 겨우 37개…"부스 늘리고 금연구역 설정해야"
2023-04-03 08:12
여의도 한강공원 편의점 직원 김모씨(38)는 평소 일과 중 흡연자들을 많이 접한다. 그는 담배 냄새를 맡으면 불쾌하고 편의점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치우는 것도 번거롭다고 말했다. 편의점 근처에 위치한 야외 화장실 뒤편 바닥에도 수많은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그는 "여의도 한강공원 내에 흡연구역이 있긴 하지만 거리가 멀기도 하고 크기가 작아 흡연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벚꽃이 피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한강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2일 기자가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은 완연한 봄 기운을 즐기는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흡연공간이 부족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충분한 흡연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족한 흡연부스에 공원에서 흡연하는 시민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 11개 한강공원에 흡연부스 37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기준 흡연부스는 주차장 인근 등 5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공간이 좁고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는 한강공원 중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다. 기자가 15분 동안 여의도 한강공원 천상의 계단 앞 흡연부스를 관찰한 결과 이용자들은 10명 이내로 적은 편이었다.친구들과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는 대학생 정모씨(25)는 흡연부스를 찾는 데 10분 넘게 걸렸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다른 시민들을 위해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멀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주말마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이모씨(48)도 "흡연부스가 있긴 하지만 공간도 좁고 많지 않다"며 "그래서 평소에 휴대용 재떨이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야외 화장실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던 황모씨(48)는 "담배를 피울 만한 곳을 찾지 못해 2시간 동안 참다가 이제야 피우고 있다"며 "한강공원 내 흡연부스가 있다는 안내문을 보긴 했지만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왔다는 대학생 박모씨(23)도 "흡연부스까지 가는 것보다는 화장실에 들른 김에 피우고 가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9년째 논의 중인 한강 금연구역 설정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2014년부터 조례 개정을 통해 한강공원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9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자가 만난 흡연자들은 금연구역 설정과 함께 충분한 흡연부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박씨는 "가족들은 담배 냄새를 불편해하고 쾌적한 한강공원을 만들기 위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흡연부스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주차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모씨(53)도 "비흡연자들을 위한 정책만큼 흡연자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흡연부스에 가 봤는데 환기도 잘 안 되고 찾아가기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