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list' 작성한 남욱 측근 "목숨줄이라며 현금 액수·날짜 작성 지시"

2023-03-30 14:40
남욱 지시로 정민용에게 돈 전달

남욱 변호사가 지난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욱 변호사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정치 자금 명목으로 전달한 8억4700만원의 구체적인 전달 시기와 액수를 메모한 ‘Lee list’가 남 변호사 지시로 작성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7차 공판을 열고 증인으로 나선 남 변호사 측근이자 천화동인 4호 이사인 이모씨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씨가 2021년 4~8월 남 변호사의 지시를 받아 정민용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검찰에 돈을 전달한 시기와 액수가 적힌 이른바 ‘Lee list’를 제출했다.
 
‘Lee list(golf)’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남 변호사가 돈을 전달한 시기와 액수가 기재돼 있다. 메모지에는 4차례에 걸쳐 총 8억4300만원을 건넸다고 기록돼 있다. 이씨는 “제 성인 ‘Lee’를 썼는데 현금 관련 메모지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그렇게 적었다”며 "총 8억4700만원이 맞는데 잘못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2021년 9월경 남 변호사의 지시로 메모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남욱이 '내 목숨줄이니까 현금 액수와 날짜를 적어놓으라'고 말했던 것이 맞나"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 지시로 정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남 대표 사무실 금고를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꺼내 정씨에게 줬다"며 "1억원이 정말 정확하게 들어가는 상자에 담겨 있어서 '1억원이 딱 들어가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돈을 건네면서 '이건 약입니다' 하고 농담했던 것 기억하나"라고 묻자, 이씨는 수긍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21일 이씨가 건넨 쇼핑백의 골판지 상자에 현금 1억원이 빈틈없이 담겨 있었고 이씨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2021년 2월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선 자금을 요구했고, 이에 남 변호사가 돈을 마련해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8억4700만원 중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썼고 1억4700만원은 전달되지 않아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은 6억원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