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월급 밀리더니 권고사직"...고용센터 몰리는 MZ세대
2023-03-30 16:02
"월급을 나중에 준다는 게 권고사직으로 이어질지 몰랐어요."
지난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센터에서 만난 이모씨(34)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중소 건설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이씨는 "공사 수주가 안 되다 보니 회사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며 "1월부터 월급이 밀렸는데 2월엔 '나중에 준다'고 양해를 부탁하더니 지난주엔 권고사직을 얘기했다"고 했다.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4층에 있는 실업급여센터를 찾는 사람들 발걸음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이어졌다. 오전부터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던 또 다른 이모씨(34)는 육아휴직으로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하자 실업급여를 신청해 보라는 얘길 들었다"면서도 "(제가) 상여금을 좀 받는 게 있어 대상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최모씨(36)는 "두 달 전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며 "계약만료가 실업급여 수급 요건인데 원장이 '계약만료' 처리를 해 주지 않아 수급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함께 온 최씨 친구는 "육아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외에 정부 지원금이 있는지 문의하는 구직자도 적잖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김모씨(43)는 "애들을 키우느라 3년간 방문 학습지교사로 일했는데 권고사직을 당했다"며 퇴직자를 위한 다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식비와 애들 학비 등으로 매달 300만원 이상이 필요한데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걱정이 많다"며 서둘러 상담창구로 향했다.
경기 악화는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실업급여 수급자는 여성이 33만3753명으로 남성(29만6530명)보다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일자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성 근로자 5명 중 1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강의실엔 20·30대 청년층으로 보이는 구직자가 대부분이었다. 강의를 듣고 나온 이모씨(26)는 "다니던 회사가 인원을 감축해 입사 8년 만에 퇴사했다"면서 "주기적으로 고용센터에 와야 하는 게 다소 귀찮지만 금전적 지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7.0%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 통계 현황을 보면 올해 2월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는 10만80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수급자는 17.0% 급증하며 평균을 웃돌았다.
실업급여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축소되고 있다. 당장 5월부터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높여 제한을 둔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실업인정 강화 방안'을 모든 수급자에게 적용해 이력서 반복 제출 같은 형식적 구직 활동이나 면접 불참, 취업 거부 땐 구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도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는 복지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실업급여는 정부가 실업난 해소를 위해 요식적으로 한 정책인데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구직자 탓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노사가 협력해서 한 기업이 파산하면 다른 기업에서 파산 업체 근로자를 받아주는 스웨덴 사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센터에서 만난 이모씨(34)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중소 건설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이씨는 "공사 수주가 안 되다 보니 회사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며 "1월부터 월급이 밀렸는데 2월엔 '나중에 준다'고 양해를 부탁하더니 지난주엔 권고사직을 얘기했다"고 했다.
취업난·육아휴직···'실업급여' 찾는 여성들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4층에 있는 실업급여센터를 찾는 사람들 발걸음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이어졌다. 오전부터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던 또 다른 이모씨(34)는 육아휴직으로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하자 실업급여를 신청해 보라는 얘길 들었다"면서도 "(제가) 상여금을 좀 받는 게 있어 대상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최모씨(36)는 "두 달 전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며 "계약만료가 실업급여 수급 요건인데 원장이 '계약만료' 처리를 해 주지 않아 수급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함께 온 최씨 친구는 "육아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외에 정부 지원금이 있는지 문의하는 구직자도 적잖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김모씨(43)는 "애들을 키우느라 3년간 방문 학습지교사로 일했는데 권고사직을 당했다"며 퇴직자를 위한 다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식비와 애들 학비 등으로 매달 300만원 이상이 필요한데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걱정이 많다"며 서둘러 상담창구로 향했다.
경기 악화는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실업급여 수급자는 여성이 33만3753명으로 남성(29만6530명)보다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일자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성 근로자 5명 중 1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MZ세대 구직급여 신청자 느는데 정부 지원은 '뚝'
이날 서울서부고용센터는 '실업급여 수급자 재취업 설명회'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각 지역 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실업급여 설명회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설명회는 온라인으로도 제공한다.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7.0%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 통계 현황을 보면 올해 2월 실업급여 신규 수급자는 10만80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수급자는 17.0% 급증하며 평균을 웃돌았다.
실업급여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축소되고 있다. 당장 5월부터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높여 제한을 둔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실업인정 강화 방안'을 모든 수급자에게 적용해 이력서 반복 제출 같은 형식적 구직 활동이나 면접 불참, 취업 거부 땐 구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도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는 복지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실업급여는 정부가 실업난 해소를 위해 요식적으로 한 정책인데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구직자 탓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노사가 협력해서 한 기업이 파산하면 다른 기업에서 파산 업체 근로자를 받아주는 스웨덴 사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