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총 핵심 키워드 '연임·배당 절차 변경·법조 출신 사외이사 선임'

2023-03-29 15:05
"변화보단 안정"…삼성·한화·미래에셋생명·현대해상 대표 연임
배당 수익 보고 투자 결정…배당절차 정관 변경
삼성화재·교보생명,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 선임…사법리스크 대비

왼쪽부터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사진=각사 제공]


주요 보험사들이 이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 연임을 대부분 확정했다. 새 회계제도 도입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 절차 관련 정관 변경 작업도 이뤄졌다. 법조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통해 사법리스크에 대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개최된 정기 주총에서 전영묵 대표에 대한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업권은 생명보험 업황 악화 속에서도 개선된 실적을 안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 대표는 취임 후 지속 성장세를 이뤘으며,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대비 7.8% 증가한 1조5833억원을 기록했다.  

전 대표는 올해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키우기 위해 자산운용과 신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자산운용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운용 자회사뿐아니라 금융 관계사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도 삼성생명은 기존 금융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맡은 박종문 부사장을 자산운용 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생명도 여승주 대표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여 대표는 최근 자회사 GA(법인대리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피플라이프를 인수, 영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청약자동화 솔루션' 특허 획득 등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달에는 김동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직책을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변경했다. 올해 글로벌 사업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해상은 조용일 부회장과 이성재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양 대표는 2020년부터 각자대표로 선임된 뒤 회사 성장을 이끌어왔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순이익은 5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변재상, 김재식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아울러, 올해 보험권 주총에서는 배당 절차 관련 정관 변경이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배당금액을 정한 이후 나중에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금융사들은 투자자들이 배당 수익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를 바꾸고 있는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해당 추세에 동참했다. 

법조 출신자들의 사외이사 선임도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신규 선임했다. 김 이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대법원 대법관으로 활동했고, 판사 생활을 마친 뒤에는 변호사로 일했다. 교보생명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이두봉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이사는 대검 부패범죄특별 수사단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9월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권은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