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한약 처방 논란] 환자 1인당 한방 평균 진료비, 양방 보다 3배 비싸다…왜?
2023-03-28 15:22
대형 손보사 4곳 인당 진료비, '한방 108만3천원·양방 33만5천원'
한약 첩약 과잉진료 영향…지난해 첩약 진료비, 2016년比 2배 오른 2805억원
보험권 "첩약, 의과 약물치료 달리 車보험 진료 수가 기준 불분명…5일 합리적"
한의계 "학술적·임상적 10일 첩약 근거 확실…환자 경과 관찰 기간도 줄어"
국토부 30일 진료수가 분쟁심의회 앞두고 한의계 반발 격화 우려
한약 첩약 과잉진료 영향…지난해 첩약 진료비, 2016년比 2배 오른 280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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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학술적·임상적 10일 첩약 근거 확실…환자 경과 관찰 기간도 줄어"
국토부 30일 진료수가 분쟁심의회 앞두고 한의계 반발 격화 우려
지난해 자동차보험금 중 경상환자 1인당 한방(한의 처방) 평균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양방(양의 처방) 대비 3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는 한의계가 명확한 기준 없이 1회 처방 시 최대 한도인 10일치 첩약 처방을 내리면서 관련 진료비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한방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08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가 33만5000원인 것과 비교해 약 3배 이상 진료비가 많았다. 2017년부터 관련 한방 진료비가 양방보다 2배 혹은 2배 이상 많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3배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전체 의료기관에서 한방병원·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에 불과하지만 한방·양방을 합친 총 진료비 대비 지난해 한방 진료 비중은 58.2%(1조4636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2016년 27.7%(4598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보험권은 세트 청구보다 한약 첩약을 가장 큰 과잉진료 요소로 보고 있다. 환자 증상이나 부상에 따른 명확한 기준 없이 1회 처방 시 최대 한도인 10일치 첩약을 처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가 2016년 1237억원에서 지난해 2805억원으로 최근 6년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처방받은 한약을 모두 복용한 교통사고 환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가 2020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방받은 첩약을 다 복용한 교통사고 환자는 25.8%에 불과했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는 ‘귀찮아서’ 28.6%,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22.3%, ‘한약(첩약)을 믿을 수가 없어서(부작용 우려 등)’ 21.0%, ‘너무 많아서’ 9.6% 순이었다.
◆ 보험권 "5일이면 충분" vs 한의계 "치료 권리, 10일 고수"···갈등 장기화 우려
국토교통부 등 정책 당국도 한약 첩약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이하 분쟁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 등 한의계 반발이 커 해당 안건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최근 ‘국토부 자동차보험 개악 저지를 위한 삭발·단식 투쟁'을 개최한 데 이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 협회장은 “교통사고 환자가 정당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국토부가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보험사 배만 불리려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때까지 강경 투쟁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계는 대한한의학회 산하 전문학회들이 검토한 학술적·임상적 결과와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기성 한의서에 첩약 투여일수가 1제(20첩, 10일분) 단위로 되어 있다는 등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10일로 고수하고 있으며 실제 정부가 시행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서도 거의 모든 한의의료기관에서 1회 10일분 첩약을 처방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의계는 이번 조정이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처사라며 피해는 환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보험사 비용 절감을 위해 줄일 수는 없다"며 "통상 부상 이후에도 후유증이 많이 나타나는 교통사고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데 첩약 1회 처방일수를 5일로 줄이게 되면 그만큼 경과 관찰 기간도 절반으로 줄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10년 전 합의와 지속된 논의에도 한의계가 계속해서 부정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손보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 조정은 2013년 1월 전문가 그룹 회의 등 논의를 거쳐 이미 분쟁심의회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하지만 한의계 일방적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 조정은 2020~2021년 분심위 안건 논의, 2021~2022년 한의학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 2022~2023년 국토부 주관 한의·보험업계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계가 건강보험 첩약 시범사업에서 1회 처방일수를 10일 기본으로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시범사업 내용은 5일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기준과 10일분 수가 기준이 각각 마련돼 선택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은 무조건 1회 10일분 처방이 기본인 것처럼 왜곡·호도하며 국민이 오해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