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올해부터 이자부담 300억원 늘어난다···매각 앞서 CB·BW 정리 문제 급부상

2023-03-24 05:40

HMM 매각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전환사채 정리 방안이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해당 영구전환사채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따라서 당장 올해부터 매물인 HMM이 300억원대 이자 부담을 짊어지거나 몸값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새로운 대주주를 위해 영구전환사채 조기 상환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HMM을 헐값에 넘겼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합계가 2조6800억원에 달한다.

HMM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017~2022년 대규모 CB·BW를 산은과 수은,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했다. 해당 CB·BW 조건은 모두 비슷하게 설정돼 있다. 발행 후 5년 차까지는 연 3% 이자율이 적용되지만 6년 차부터는 6%로 두 배 뛴다. 7년 차 이후에는 직전 연도 이율에 매년 0.25%포인트씩 추가돼 최대 10%까지 이자율이 올라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올해 10월 CB·BW 1조원 규모가 발행 6년 차에 접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1조원 규모인 해당 CB·BW는 현재까지 연간 기준 이자 비용 300억원만 내면 됐다. 그러나 올해 10월 이후부터는 300억원이 추가돼 총 6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내년 10월부터는 여기에 25억원씩 부담이 늘어나 최대 1000억원까지 비용을 내야할 수 있다.

이 같은 CB·BW 이자 부담 문제는 올해 10월 1조원 규모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HMM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6년 차가 넘게 되면 HMM 이자 부담이 현재 연간 804억원 수준에서 1608억원으로 두 배 늘어나는 셈이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6년 차에 접어들기 전에 HMM이 CB·BW에 대한 조기 상환(콜옵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HMM의 현금성자산은 10조3123억원으로 여유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이같이 조기 상환 요청이 행사됐을 때 해당 CB·BW 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산업은행 등은 2021년 6월 보유한 CB에 대한 조기 상환 요청에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주식 전환을 통해 얻은 주식 평가차액과 그에 따른 배당금 등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한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CB·BW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5억3600만주(발행 시점에서 세부 변동 가능) 발행될 수 있다. 이는 현재 HMM 주식 총수 4억8903만9496주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물량은 현재 1억9879만156주(지분율 40.65%)에서 산술적으로 7억3479만0156주(71.68%)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현재 지분율 40.65% 수준에도 매각가 4조~5조원으로 몸집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주식 전환이 진행된다면 몸값이 7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IB업계에서는 CB·BW 정리 방안이 HMM 민영화 성패를 좌우할 핵심 문제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CB·BW에 대한 조기 상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과 해진공 내부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포기하는 조기 상환 허용으로 '헐값 매각' 논란이 발생할까 우려하는 눈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CB·BW에 대한 주식 전환이나 조기 상환과 관련해 현재 정해진 게 없다"며 "원매자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H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