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종호 영도경찰서 형사,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2023-03-20 19:36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 '가족의 붕괴'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생각을 바꿔야
21세기 계약에 의한 새로운 가족 필요...마음 교류가 중요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생각을 바꿔야
21세기 계약에 의한 새로운 가족 필요...마음 교류가 중요
이럴 가운데 고독사의 현장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일선 경찰이 현장에서 겪는 갖가지 안타까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고독사에 관해 이야기한 책을 출판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서 본지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 권종호 영도경찰서 형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종호 형사는 인터뷰 서두에서 “2005년 고독사한 시체를 처음 봤다. 많은 변사 현장을 봤지만 고독사는 처음이었고 당시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사실 사람이 마지막은 편안하게 또 존중받아야 되는데 고독사는 존중받지 못한다. 가족도 외면한다”면서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여러 사람들도 모두 다 알고 대비해야겠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독사 관련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권 형사는 “예방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과연 고독사 현장을 한 번이라도 가 봤는가, 가 봤다면 그 분들이 왜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정책이 있었다면 그 분들이 과연 그렇게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을 가 보지 않은 정책은 아무리 많은 정책이라도 맞지 않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부산시와 지자체에서 많은 고독사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부산에는 노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떠한 고독사 예방책을 내놔도 안 된다라고 이미 전투를 하기 전에 전의를 상실시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권 형사는 “생각을 바꿔야 된다. 노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인을 고독사의 대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고독사의 관리자라고 생각을 하면 부산만큼 고독사 예방하기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권 형사는 “그렇게 되면 분명히 노인복지 일번지, 장수가 축복이 되는 그런 부산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제일 먼저 생각을 바꿔야 된다. 노인을 노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어르신으로 생각해야 한다. 먼저 생각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따라가지 못한다. 노인을 어르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청년 고독사 현장을 보면 눈물이 나온다. 기성세대 잘못인데 왜 청년들이 이렇게 누워 있어야 되는지 반성도 많이 나온다. 미안할 뿐이다”는 권 형사는 “기성세대도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를 이미 기성세대가 차지하고 물려주지 않고 있지 않느냐. 로봇도 치고 올라오고 그러니 경제적 빈곤은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다”고 씁쓸히 말했다.
권 형사는 “청년들이 인생의 시작도 안 했는데 단맛을 알까? 쓴맛만 먼저 보는 거다”며 “청년들이 자살할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엄마 미안해요'라는 유서를 보게 되면 정말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침에 뜨는 태양은 누구한테나 똑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찬 아침의 태양이 되겠지만, 누구한테는 어제와 같은 절망 같은 하루의 시작이라는 게 차이점이다”는 권 형사는 “그래서 청년들은 순간적으로 선택하기에 유서가 별로 없다. 보면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많은 고독사 토론도 있었고, 지자체에서도 정말 많은 고독사 예방 정책이 있다. 그러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권 형사는 “피해자의 마음은 피해자가 더 많이 알고 있고 피의자의 마음은 피의자가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고독사 대상자 어르신들에게 가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권 형사는 “어르신들은 고독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가족의 붕괴라고 말씀하신다. 그 가족의 붕괴는 오늘날의 무연고사회 때문이다”며 “어르신들 역시 가족의 정이 제일 그리운데, 한번 붕괴된 가족은 다시 재생시키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 가족의 역할을 정부나 또는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단체가 대신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그것을 ‘21세기 계약에 의한 새로운 가족’이라고 부른다”며 “꼭 혈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마음만 교류돼도 충분히 가족이 된다. 그런 가족을 정부나 단체가 꼭 해 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권 형사는 “고독사 예방에는 정답이 없다. 불가능한 최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가능한 차선을 찾아서 무엇인가를 해봐야 한다”며 “우리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공동체 문화를 잃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조그마한 관심과 소통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주위에 대한 작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