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1.2조 던진 외국인, SVB발 불확실성에 탈출 이어진다

2023-03-20 17:22
올해 들어 이달 유일하게 순매도
순매도 1위 SK하이닉스 -6.38%
UBS 인수로 CS 위기 진화됐지만
FOMC 동결 vs 베이비스텝 안갯속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 흐름을 주도한 외국인이 최근 들어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시장의 시선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엇갈림 속에 당분간 외국인의 투자심리도 회복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조2367억원을 순매도했다. SVB 파산 이후 미국 기준금리 결정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이번 달 올해 첫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1월 6조3704억원을 순매수해 국내 증시를 이끌다 2월 들어선 다소 줄었지만 순매수를 기록했다.
 
SVB 파산 이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며 시장 변동성도 키우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미 SVB, 시그니처뱅크가 유동성 위기로 연이어 문을 닫고 이에 따른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국발 금융리스크가 재점화되며 미국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 주말 사이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합의 소식이 들렸음에도 FOMC의 금리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갔다.
 
올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흐름이 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39% 하락했다. 외국인이 주로 매도한 업종도 하락세가 컸다. 3월 들어 외국인은 금융, 제조, 철강금속, 서비스 등의 업종을 주로 팔았는데 이들 업종의 주가지수는 각각 5.90%, 0.13%, 2.35%, 3.46% 떨어졌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 역시 수익률이 변변치 못한 상황이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 1위인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 들어 6.3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인 순매도 2·3위인 POSCO홀딩스와 KB금융의 수익률은 각각 0.31%, –5.65%였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3월 FOMC는 현지시간으로 21~23일 열린다. 국내 시간으론 23일 새벽 3시에 결과가 전해질 예정이다.
 
현지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달 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이코노미스트 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6명은 연준이 이번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금리 동결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SVB 파산이 CS의 위기로 순식간에 파급되는 모습에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25bp 인상을, 삼성증권은 동결을 예상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아직 2차 충격이나 전염의 차단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이를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2월 FOMC 이후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미국 금융여건의 악화 정도가 이미 약 75bp의 금리인상에 상응하고 있어 금리인상의 시급성이 약화된 점도 동결의 근거"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