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외교클릭] '日 변호사'가 된 검사 출신 대통령
2023-03-18 08:00
한·일 정상회담 16일 개최...尹 "강제징용 구상권 상정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강제징용 구상권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변호사가 됐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향후 정권 교체 등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일본 측 우려에 대해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만한 해결책"이라며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은 한국 정부가 국익의 관점에서, 국민을 위해 대국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평했다.
대국적 차원이 아닌 매국적 결단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번 정상 간 만남이 반도체 기술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가 정상화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일본 측의 '진심 어린 사과'다. 일본에게 사과 한마디 받아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고 기업들이 강제징용 해법인 '미래청년기금'에 참여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제국주의 시대 억압과 폭력으로 발생한 결과를 미래세대인 '청년'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지도 의문이다.
기자는 지난 13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건물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 법정 대리인들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들은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한 피해자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심규선 재단 이사장의 직인을 확보했다. 제3자 변제를 거부할 경우 이어질 정부의 공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의 '굴욕외교'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결국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징용 확정 판결의 대리인단은 16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승소한 원고 중 생존자 1명과 돌아가신 피해자 1명의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소송을 15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가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민심(民心)이다. 정부는 굴욕외교에 반대하는 국민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역사인식과 경청능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