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양자경, 중국인 아니라고?…말레이 화교 출신

2023-03-14 10:35
아시아인 주연상은 남녀 통틀어 '최초'
나이 환갑에 맞은 세 번째 전성기
부유한 집안서 발레·태권도·미인 대회 경험

"오늘 밤 저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제 수상이 희망과 가능성의 불꽃이 되길 바랍니다. 이건 큰 꿈을 가져야 하고 꿈은 정말로 이뤄진다는 증표입니다".

배우 양자경(량쯔충·미국명 미셸·60·여)이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영화상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수상 소감이다. 

양자경은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경쟁자로 꼽힌 당대의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 등을 제치고 트로피를 가져가면서 영화계 인종 다양성을 강화하는 한편, 나이의 벽은 물론 할리우드 유리천장에도 다시 한번 금을 내면서 이같은 희망을 전 세계 어린아이들에게 불어넣었다. 아시아 배우 중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동시에 첫 수상자가 되는 쾌거를 보여줬다.
 

말레이시아계 배우 양자경이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앞서 한국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조연상을 받았지만 아시아인 주연상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나처럼 생겼고 나보다 먼저 이 자리에 선 분께 감사한다”는 소감과 함께 '미나리'로 같은 시상대에 먼저 섰던 윤여정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양자경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홍콩 영화 '예스 마담' 시리즈의 액션 연기로 유명하지만, 그 뒤에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말레이시아 태생 배우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미국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작년 개봉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60세 나이에 아카데미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배우 경력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양자경은 1962년 말레이시아 페락주 이포의 부유한 화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4세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영국 왕립무용학교에 입학했다. 재학 시절 허리 부상을 당해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무술은 태권도와 가라테 위주로 배워 액션 배우로 자리 잡은 후 중국 무술을 익혔다. 풍부한 배경과 여러 곳에서의 경험이 그녀의 배우 삶에 토양이 됐다. 
 

양자경이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렌던 프레이저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그녀는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로 뽑히며 연예계로 들어섰는데, 이때부터 홍콩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1997년 007 시리즈 '007 네버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하며 아시아권 밖에 이름을 알렸다. 

한편 이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양자경이 분한 이민자 아줌마(에블린) 역이 멀티버스 영웅이 된다는 B급 감성의 영화다. 미국에서 세탁소를 근근이 운영하던 에블린이 세무 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 딸과의 충돌로 인해 혼란에 빠진 뒤 멀티버스 안에 수천명의 자신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며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