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구직자 눈높이는 올라갔는데... 빅테크 채용 문 좁아진다

2023-03-15 00:10
수익성 개선 위해 인건비 등 영업비용 효율화 기조
채용 늘리던 글로벌 빅테크도 1~2년 만에 대량 해고
IT 채용 시장에 한파... 채용연계 교육으로 인재 확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까지 몸집을 불리던 빅테크 기업은 채용 속도를 줄여나갈 전망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디지털 호황' 속에서 빠른 성장을 이뤘고 이에 맞춰 연봉까지 높이며 채용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인건비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업비용 효율화를 고민하게 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에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채용 확대 기조가 불과 1~2년 사이에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

◆몸집 불리던 국내 빅테크···수익성 악화에 필수 인원만 확보

네이버는 올해 2월 진행한 2022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매출을 8조2201억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6조8176억원을 기록한 2021년 대비 20.6%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25.9% 늘어난 6조9154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조3047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매출을 7조1071억원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2021년(6조1367억원) 대비 16%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었다. 이 역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18%(5조5418억원→6조5267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꺼내든 키워드는 수익성 개선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진행 중이던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에서 남은 전형을 중단하고 공고를 내렸다. 해당 전형 지원자들은 일괄 탈락 처리를 통보받았으며 일부 지원자는 면접을 앞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카오는 이번 조치로 탈락한 지원자에게 채용 재개 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채용 중단은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맞춘 비용 효율화 기조 때문이다. 앞서 카카오는 2년 연속 대규모 채용을 추진하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네이버 역시 필요한 인력은 계속 채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신사업 수익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마케팅이나 인건비 등 영업비용 부문에서도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해까지는 채용을 늘리면서 성장해 왔는데, 인건비를 예년 수준으로 통제하면 영업마진 전망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도 대량 해고···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영향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인원 감축을 통해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1월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 인상 등 거시적인 환경이 인력 감축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요 광고주가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구글 사업 중 하나인 광고 사업 역시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1만80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기간 중 인원을 크게 늘렸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아마존 글로벌 직원 수는 79만8000명이었으며 2020년에는 129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62.66% 늘었다. 2021년에도 160만8000명으로 늘려가는 추세였으나 2022년부터 감축에 들어가 154만1000명으로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매출 성장 둔화에 대비해 오는 3분기까지 직원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비용 구조를 매출과 고객 요구사항에 맞게 조정할 것"이라며 "핵심 전략 영역에서는 계속 고용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MS는 미국 지역 해고 대상자에게 6개월간 의료보험, 주식 매수 선택권 부여 등을 지원하며 그 외 지역에선 각 국가 고용법에 따라 사후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메타, 세일즈포스, 코인베이스, 트위터, 테슬라,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기업이 지난해부터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대량 해고가 전 산업군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 산업군에서 이들을 고용하면서 IT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유럽연합(EU)에서는 빅테크 규제 성격인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도입하면서 수익성 향상을 위한 기업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용 시장 미스매치에 "직접 키워 채용···구직자에겐 직무 경험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순한 인재 양성에 그치지 않고 채용까지 이르는 모든 주기를 민관이 협동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1일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 1차 총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얼라이언스는 과기정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민간기업이 협력해 인재 양성, 활용, 정책적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현재 LG AI연구원, KT, 현대자동차, 사피온, 크래프톤 등 280여 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에는 온라인 채용관과 공동 잡페어를 지원하고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을 위해 인프라도 제공한다.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서 알맞은 인재를 찾는 기업과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사이에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채용과 연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중견기업 회원사와 함께 채용확정형 교육 프로그램을 올해도 추진한다. 교육비와 훈련 수당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우수 교육생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기업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구직자는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력직 선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협회는 3월 중 더존비즈온, KCC정보통신, 대보정보통신 등과 해당 과정을 진행한다.

디지털화로 인해 개발자 수요가 늘어난 전통 산업군도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차,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정기 채용뿐만 아니라 '채용연계형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앞서 1기 수료생 70%는 실제 입사로 이어졌다. 현재 2기 과정이 진행 중이며 이들은 최종 평가를 거쳐 오는 4월 입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세대와는 계약 학과를 운영 중이다. 석사과정을 거친 전문가를 육성하는 과정이며 졸업 후 현대모비스 연구소에 입사한다. 석사과정 입학금과 등록금은 물론 현업 연구원의 멘토링까지 지원한다. 현대모비스 측은 향후 5년간 매년 20명씩 총 100명을 대상으로 해당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 역시 기술 인력을 키우기 위한 '2023 테크 인턴십'을 이달부터 시작했다. 이는 채용 전환형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는 각 분야에서 10주 동안 멘토링과 함께 업무를 배운다. 최근 OTT 서비스는 단순한 동영상 제공을 넘어 안정적인 서버 구현과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사용 환경 마련을 위해 기술직군을 채용하고 있다. 웨이브에 따르면 올해 지원자 수는 1900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174% 증가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OTT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일정 기간 경력을 갖추지 못한 개발자는 일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테크 인턴십은 지원자가 관심 직무를 경험하고 기업은 검증 과정을 통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 2022년 실적과 아마존 글로벌 고용 현황 [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