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SM 전쟁] 가처분·여론전·치킨게임까지… 결국 "승자의 저주 피하자" 전격 합의
2023-03-12 16:35
얼라인까지 얽힌 내부분열로 전쟁 시작
카카오 신주·CB 발행 금지 가처분 진행
폭로전 잇달으며 하이브 공개매수 선언
주가 급등 부담… 경영권 카카오 품으로
카카오 신주·CB 발행 금지 가처분 진행
폭로전 잇달으며 하이브 공개매수 선언
주가 급등 부담… 경영권 카카오 품으로
[SM엔터테인먼트 로고]
K-팝 대표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를 차지하기 위한 카카오와 하이브 간 ‘치킨게임’이 합의로 일단락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카카오는 지난 한 달 동안 SM 경영권을 놓고 여론전과 공개매수를 벌이며 SM 주가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평소 9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공개매수를 시작으로 주당 최대 16만원까지 돌파하며 누가 '승자의 저주'에 걸려들지 대중의 우려를 낳았지만 결국 카카오가 승기를 잡았다.
◇ 시작은 SM 현 경영진의 ‘SM 3.0’ 발표
같은 달 7일 SM 이사회는 카카오에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 지분 약 9.05%를 확보해 이 전 총괄에 이어 2대 주주로 부상하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이 전 총괄은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손잡고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곧바로 하이브는 이수만과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소액 주주가 보유한 SM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왼쪽 카카오, 오른쪽 하이브. 사진=각사 CI]
하이브가 SM 주식 12만원 공개매수를 예고하자 이 전 총괄·하이브 대 SM 현 경영진·카카오 간 대결 구도로 폭로전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이브가 SM 새 경영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 날에 맞춰 이 전 총괄을 겨냥한 폭로 영상을 게재했다. 역외탈세 의혹,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에스파 컴백 연기 배경 등 이수만과 관련한 의혹 등이었다.
그러자 하이브는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하이브가 SM을 인수한 후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판교 IBK 점포에서는 900억원 넘는 대규모 순매수가 이뤄졌다. 하이브는 해당 매수에 대해 시세 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여론전 외에도 SM과 하이브 측은 이달 말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식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하이브는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지분 14.8%와 이수만에게 풋옵션이 걸린 채 남은 지분 3.65%, 공개매수를 통해 갤럭시아에스엠에서 사들인 지분 약 0.98%까지 SM 지분을 약 19.5% 확보했다.
이달 3일 서울동부지법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하이브가 우위를 점한 듯 보였다. 카카오가 SM 지분 약 9.05%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계획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주식 35%에 해당하는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혀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승자의 저주' 피하기···"경영권은 카카오, 플랫폼은 협력" 합의
불과 한 달 전까지 9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후 계속 12만원을 웃돌았다. 결국 하이브는 갤럭시아에스엠을 제외하고 공개매수에서 고작 4주만 사들였다.
카카오도 이달 7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후 SM 주가가 16만1200원까지 오르는 등 주식 매수에 난항을 겪었다.
분쟁이 계속되자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신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