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표의 경고] 실업급여 신청 늘고 트럭도 안 팔려…체감경기 '꽁꽁'
2023-03-08 01:00
실업급여 신청 증가, 통화량은 감소...실물경제 위축
주택·건설 침체 골 깊어지나…트럭 판매량도 하락
주택·건설 침체 골 깊어지나…트럭 판매량도 하락
#2. 10년째 대형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던 B씨는 올 초 트럭을 팔고 배달 일을 시작했다. B씨는 "경기 침체로 일감은 줄었는데 대출 원리금과 각종 고정비용 지출로 매월 수백만원씩 적자가 나니 버틸 재간이 없다"며 "가족 부양을 위해 그나마 벌이가 나은 배달업으로 전직했다"고 하소연했다.
산업·물가·고용 등 거시경제 선행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 건수나 시중 통화량, 주택 거래량에 트럭 판매량까지 실물경제 상황을 드러내는 선행지표들도 악화일로다.
실업급여 신청 증가, 통화량은 감소...실물경제 위축
올 들어 고용 시장의 이상 징후를 엿볼 수 있는 통계가 여럿 발표됐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둔화하고 실업급여 수급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8만8000명을 기록했다. 신규 신청자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만이다.
2017년 120만명이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170만3000명, 2021년 177만5000명 등으로 급증했다. 실업급여 신청이 늘었다는 건 고용 여건이 악화했다는 얘기다.
올해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한파가 격화되면 지난 2021년 발생한 실업급여 고갈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고용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고용보험기금 지출을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여 놓은 상황이다.
실물경제에 선행하는 통화량 유통도 위축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779조원으로 전월 대비 6조3000억원(0.2%) 감소했다.
시중 통화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저금리 기조 속 금융투자가 활발하면 통화량은 증가한다. 통화량 감소는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인 M2는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M2가 줄어드는 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이 위축돼 있다는 얘기다.
주택·건설 침체 골 깊어지나…트럭 판매량도 하락
주택 시장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매 및 분양 시장 침체가 동시에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건설사들은 주택 인허가 신청은 물론 착공과 분양 계획도 미루고 있다. 당장 인허가를 받아 주택 공급량을 늘려도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치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2만1425가구로 전년 동기(3만9614가구) 대비 45.9% 감소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5259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65.3%, 지방은 1만6166가구로 33.9% 줄었다.
1월에 착공된 주택은 전국 1만5612가구로 전년 동기(1만8848가구) 대비 17.2% 축소됐다.
경기 전반이 부진하면서 국내 화물 상용차(트럭) 판매도 덩달아 하락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 고금리 지속 등 여파로 제조업 생산이 악화하면서 화물 운송 일감도 크게 줄었다. 트럭 구매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살펴보면 현대차·타타대우·기아트럭 등 3사의 국내 중형 트럭 판매량은 2021년 1만9884대에서 지난해 1만8974대로 감소했다. 대형 트럭 판매량 역시 1년 새 약 700대 가까이 줄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 "트럭 판매량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며 "올해 (판매) 수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