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 직장인들은 3·4일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쉬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회사의 주축이 되는 2030세대가 이러한 업무 방식을 추구하자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기업 구성원 중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60년간 지속돼 온 근로시간 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임금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와 30대 근로자의 절반 이상인 55.3%가 ‘필요 시 주 3·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중 1·2일 추가 휴무’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근로시간 유형으로 꼽았다. 기존 산업계 전통적인 근로 방식인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 응답 비중은 44.7%에 그쳤다. 

전경련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주 단위의 근로시간 규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 현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30 사이에서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7.0%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규제로 막혀 있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에 따라 필요 시 연장근로 가능’이라는 응답이 48.4%, ‘소득 향상을 위해 연장근로를 적극적으로 희망’한다는 답변이 11.7%였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보를 위해 연장근로를 엄격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39.9%로 조사됐다. 기존의 ‘노동자 휴식권 보장’과는 달리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더 쉬게 해 달라”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MZ세대의 이런 목소리는 기업 현장의 근무제도 개편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사업장과 근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 개편이 확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9일 창사 61년 만에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제를 바꿨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포스코, 현대제철, LG디스플레이 등도 전환을 완료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근무제 변경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하루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데 대한 체력 부담과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0대 이상 고연차 현장직들 사이에선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부담감이 큰 편이라 연차별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수공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4조 2교대 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반대 의견이 절반 가까이 나오면서 논의를 중단했다. 정부는 4조 2교대 전환 후 안전사고가 늘었다는 이유로 코레일에 4조 3교대 회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근무제 전환으로 인한 효율성 확보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나 철강 등 모니터링 업무 비중이 높은 장치 산업과 달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조립 생산라인 위주의 업종에서는 4조 2교대 근무가 쉽지 않아서다.

또한 비상 경영 등으로 카카오, CJ ENM,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주 4일제 전환을 철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근로 형태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업종별로 기술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근무제 전환이 전 산업으로 일제히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