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이 학폭 피해자에 띄운 편지 "당신에겐 아무 잘못 없다"

2023-03-06 00:18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생이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 드리는 글'이라며 올린 자필 편지. [사진=서울대학교 에브리타임]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언제나 응원합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남긴 자필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이 학생은 자신이 겪은 학교 폭력(학폭) 피해 내용을 밝히면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6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자신을 서울대 사범대학 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드리는 글'이라며 자필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A씨는 "학교 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과 반성 없이 잘살고 있는 현실에 많은 피해자가 힘겨워하고 있을 요즘"이라며 자신도 중학생 때 학폭 피해를 당했다고 적었다.

그는 "가해자들의 괴롭힘, 방관하는 또래들의 무시, 담임 교사의 조롱이 있었다"며 당시 학교 생활을 지옥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여름방학엔 학교에 가지 않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등록한 학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이 '너 왕따라며?'라고 비웃더라. 부끄러워하고 숨어야 할 쪽은 가해자인데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은 저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또 A씨는 이를 견디기 힘들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으나 남은 건 '무단 결과 기록'이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몇 마디 훈계만 들은 것이 고작이었다.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며 "한 가해자는 '걔(A씨) 자살했으면 학교 문 닫았을 텐데 아깝다'(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말미에 A씨는 학폭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 그는 "학생들이 폭력 없는 환경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지금 이 순간도 잠 못 이루고 있을 아픔을 가진 피해자들이 제 말에 위로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상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픔이 길겠지만, 영원하진 않으니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당신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의기소침하지도 말라"며 "폭력에 무너지지 않고 그 다리를 건너온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당신을 언제나 응원한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해당 글을 접한 서울대 학생들은 A씨를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겼으며 일부는 자신들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고 공감하기도 했다. 자신도 사범대학 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중학생 때 학폭을 당했는데 가해자랑 지금 같은 과다. 가해자는 언젠가 떳떳하지 않은 순간이 올 거다"고 적었다.

다른 사범대학 학생도 "학폭 피해자였던 재학생으로서 피해자분을 응원한다.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응원했다. 이 밖에도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꼭 좋은 선생님이 되시길"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