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악화일로에...해외진출로 돌파구 찾는 건설사
2023-03-02 18:36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분양 시장 악화로 주택 사업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1억6100만 달러(약 5조47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2.9% 감소한 수치이지만, 1월 6억6100만 달러에 이어 2월에 35억 달러를 기록하며 해외 수주 확대에 점차 탄력을 붙이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350억 달러(약 45조6000억원)로, 지난해 누적 수주액 310억 달러(약 40조원)보다 12.9% 높여 설정한 수치다.
지난해 약 3조4200억원 규모의 해외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지난달 7일 세계 최대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MOU를 맺고 동남아 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해외 프로젝트 성과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해외건설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사업, 베트남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반도체 공장 등 대형 계약을 맺었다. GS건설 역시 수처리업체 'GS이니마'를 앞세워 브라질과 베트남, 스페인, 중동 등 각국에서 대규모 해수담수화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정부도 해외 건설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한 국토교통부는 이달 들어 7일까지 폴란드와 쿠웨이트에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인프라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외교적 지원과 민관 협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도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위해 최근 해외건설 멘토링센터를 신설하고 운영을 준비 중이다.
임재한 해외건설협회 부장은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건설사 대상으로 수주 지원센터를 운영, 해외수주 영업과 자문·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사 해외성과는 '아직'…"자본‧기술력 부족…대형사와 격차 ↑"
중견건설사의 경우 아직 해외건설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경기 악화로 차츰 해외시장에도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계룡건설은 지난해 베트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인프라시설을 짓는 공사를 수주했다. 금호건설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상하수도 시설 등 원조자금(ODA)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부터 방글라데시 상하수도 개선사업 등을 수주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기술을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풍력발전과 수처리 인프라사업 참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고도의 기술적 역량도 요구되는데 아직까지 대부분 중견사들은 그럴 만한 역량이 안 된다"며 "주택경기 침체 속 해외시장 진출이 미래 먹거리인 것은 알지만, 규모나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중견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단순시공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건설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 건설·부동산 시장 여건 진단과 주요 이슈'를 통해 "부동산시장 침체 국면은 대형건설사보다 중소건설사에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했다. 대기업은 국내시장 대신 해외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운 대다수 중견건설사는 국내 시장 위축 타격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낮은 건설사일수록 분양경기가 저조한 지방 사업장의 비중이 높다"며 "국내 부동산경기가 침체될수록 해외사업 수주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한 중견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대형사와 중견사 간 실적 격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